김의준 "국립오페라단 마치고 쉬려 했는데…故 김주호 대표 '빈자리'라 맡았죠"
“제 역할은 ‘릴리프’(야구의 중간계투)예요. 롯데홀의 자리만 잡아놓고 물러나려고 합니다.”

김의준 롯데홀 대표(64·사진)는 18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롯데홀은 롯데그룹이 잠실 롯데월드몰 단지 7~11층에 짓는 2018석 규모 공연장으로 내년 9월 개관 예정이다. 1988년 개관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이어 서울에 문을 여는 두 번째 클래식 전용홀이다.

김 대표는 예술의전당 공연사업국장과 LG아트센터 대표, 국립오페라단 단장 등을 지낸 예술경영계 대표적 인사다. 지난달 롯데홀의 신임 대표로 취임했다.

당초 김 대표는 건강상의 이유로 지난해 말 국립오페라단 단장직을 내놓았다. 내부 사정으로 퇴임이 두 달가량 길어졌지만 퇴임 이후 휴식기를 가진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런 그가 한 달 만에 현업으로 돌아온 것은 지난해 5월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김주호 전 롯데홀 대표와의 인연 때문이다. 김 전 대표는 LG아트센터 예술국장, 서울시향 대표 등을 맡은 손꼽히는 예술경영인이었다.

둘은 1987년 예술의전당에서 처음 인연을 맺었고 2011년 나란히 롯데홀 건립 자문을 맡았다. 이후 김 대표는 국립오페라단으로, 김 전 대표는 롯데홀로 자리를 옮겼다. 김 전 대표가 떠난 이후 롯데홀은 1년 가까이 후임자를 찾지 못했다. 결국 김 대표가 이 자리를 맡게 됐다.

“공연장의 수장은 전임자처럼 오래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오는 게 좋아요. 후배들이 잘할 수 있는 여건만 만들고 떠나려고 합니다.”

개관 준비는 순조롭다. 내년 3월이면 건물이 완공된다. 이후 4개월가량 5000여개 파이프가 들어가는 파이프오르간 조율을 진행할 예정이다. 6~9월 테스트 공연을 거쳐 9월3일 개관 공연을 연다. 이 공연은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이 맡는다. 진은숙 서울시향 상임작곡가에게 개관을 기념할 수 있는 교향곡도 부탁한 상태다.

공연장에서 하드웨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콘텐츠’다. 김 대표의 고민도 어떤 콘텐츠를 채워넣을 것인가에 집중돼 있다. 그는 “롯데홀 주변에 백화점, 쇼핑몰, 아쿠아리움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있어 낮에도 사람이 많다”며 “주부 대상 낮 공연을 연간 40여차례 진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관객층을 늘려나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주말 낮에는 초·중학생 대상 공연도 열 방침이다. 그는 “3년 정도면 공연장이 본 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롯데홀이 개관해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으면 다른 기업들도 연극이나 무용 등을 위한 전용 공연장을 지으려 할지 몰라요. 그런 긍정적인 여파를 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