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세기 동안 결혼반지부터 금괴에 이르기까지 금 제품 가격 기준이 돼온 이른바 ‘런던 골드 픽스’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리보금리 조작, 외환시장 조작 등 이른바 벤치마크 관련 스캔들이 잇따라 터지자 세계 금위원회(WGC)가 금 가격 벤치마크를 개혁하기 위한 회의를 다음달 7일 소집한다.

지금까지 금 가격은 바클레이즈, HSBC, 소시에테제네랄, 노바스코티아뱅크 등 4개 투자은행이 런던에서 이른바 ‘픽스’로 불리는 하루 두 차례 경매를 통해 결정해 왔다. 하지만 은행들이 가격 결정 과정에서 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투명성이 결여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바클레이즈는 지난달 영국 금융감독청(FCA)으로부터 2600만파운드 규모의 벌금도 부과받았다.

다음달 런던에서 열리는 회의에는 이들 4개 투자은행과 금광업체, 제련업체, 주요 중앙은행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한다. FCA도 참관할 예정이다. 나탈리 뎀프스터 WGC 이사는 “런던 골드 픽스는 100년 전 개발된 시스템이기 때문에 더 엄격한 규제와 투명성을 기대하는 시장 상황에 맞게 고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런던 골드 픽스는 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19년 만들어졌다. 각종 금제품 가격은 물론 금 상장지수펀드(ETF)와 파생상품 가격 기준으로도 사용된다. 당초 로스차일드은행이 런던 픽스를 주도했지만 2004년 탈퇴했으며 도이치뱅크도 올해 초 상품사업 축소를 이유로 빠졌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