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일일이 특허 등록을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습니다. 대부분의 실리콘밸리 기업은 아이디어가 생기자마자 먼저 실행하는 방식으로 움직입니다.”

세계 최대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첸(사진). 그는 스타트업 생존의 필수요건으로 ‘속도’를 꼽았다. 지난 18일 서울 역삼동 구글코리아에서 열린 ‘혁신을 향한 열정’이라는 주제의 강연에서다.

첸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스타트업업계에서 최소 1년, 길게는 수년이 걸리는 특허 등록 기간을 기다리는 것보다 아이디어를 발 빠르게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성공 요인도 빠른 의사결정이었다. 첸은 2005년 5월 창업한 유튜브를 1년6개월 만에 구글에 매각했다. 당시 유튜브의 매각가격은 16억5000만달러(약 1조7000억원). 현재는 구글의 자회사 구글벤처스에서 투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유튜브를 구상하게 된 계기도 솔직히 고백했다. 그는 “지금까지 파티에서 동영상을 찍다 우연히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말하고 다녔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며 “사실 오래 전부터 동영상 서비스를 구상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진 음악 등 각종 미디어가 온라인에서 공유되는데 다음은 무엇일까 생각했을 때, 그것은 바로 동영상이었다”며 “회사 동료였던 채드 헐리와 함께 당시 몸담고 있던 페이팔을 나와 유튜브 창업에 나섰다”고 덧붙였다.

유튜브 개발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던 2005년 1월 고비를 맞기도 했다. 구글이 유튜브와 비슷한 구글비디오라는 서비스를 선보인 것. 첸은 “동영상 공유 서비스는 자원 집약적 사업이기 때문에 막대한 인력과 자본을 가진 구글은 두려운 상대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승자는 유튜브였다. 별도의 프로그램 없이 웹에서 곧바로 동영상을 볼 수 있는 기술적 장점이 구글이라는 공룡을 누른 요인이었다. 유튜브는 빠르게 성장했지만 돈이 없었다. 결국 첸은 유튜브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 매각을 결정했다.

유튜브 매각 직후 그는 뇌종양에 걸렸고 1년6개월여의 투병 끝에 완치했다. 2008년 병상에서 일어난 첸은 한국을 방문했다가 구글코리아 직원이었던 박지현 씨를 만나 결혼했다. 구글코리아가 연 파티에서 박씨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