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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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맨해튼의 미트패킹가(街)에 삼성전자가 마련한 홍보관인 ‘삼성 리빙 아틀리에’. 미트패킹은 고급 레스토랑과 호텔 등이 줄줄이 들어서며 최근 뉴욕에서 가장 ‘핫’한 관광 중심지로 꼽히는 곳이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삼성전자는 이곳에서 셰프컬렉션 브랜드로 슈퍼 프리미엄급 주방가전 신제품을 출시했다. 이날 윤부근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과 엄영훈 생활가전사업부 부사장, 박원 생활가전사업부 전무 등 삼성전자 임직원들의 얼굴에는 흥분과 설렘이 묻어났다. 세계 최고의 프리미엄 가전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첫 단추를 끼우는 자리였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세계 최대 가전시장인 미국에서 출사표를 던지는 것이었기에 의미는 남달랐다.

1990년대만 해도 그저그런 제품을 만드는 회사였던 삼성전자는 셰프컬렉션 등 프리미엄 가전을 앞세워 내년엔 세계 가전시장 1위에 오른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2007년 3월 “내수·저가형 대신 프리미엄 제품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한 이건희 삼성 회장의 지시를 마침내 실현하는 것이다.

○곡면TV로 TV 개념을 바꾸다

삼성전자는 8년째 글로벌 TV 시장 1위다. 2006년 TV 디자인에 한 획을 그은 보르도TV로 일본 소니의 30년 아성을 넘어섰고, 2009년 TV 두께를 29.9㎜로 줄인 발광다이오드(LED) TV로 점유율을 20%대로 끌어올렸다.

삼성전자는 올초 TV의 패러다임을 다시 바꿔 놓았다. 커브드(곡면) UHD(초고화질) TV를 통해서다. 초고화질에 휜 화면으로 TV 시청 때의 몰입감을 극대화했다. 평면 제품은 시청자 눈에서 TV 중심부와 화면 좌우 측면까지의 거리가 달라 왜곡이 일어나는데, 화면을 휘게 만들어 이 같은 문제를 해소했다.

눈에 가득 차는 파노라마 효과 덕에 아이맥스 영화 같은 느낌도 준다. 50인치 이상 대형 화면일수록 효과는 배가된다. 이 덕분에 곡면 제품이 삼성전자가 올해 판매한 UHD TV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김현석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부사장)은 “곡면 UHD TV는 TV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신적인 시도”라며 “이 제품을 앞세워 올해 세계 TV 시장에서 9년 연속 1위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곡면 TV뿐만이 아니다.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최대 UHD TV 기록을 꾸준히 경신하는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월 미국 가전쇼(CES 2013)에서 당시 세계 최대 크기인 85인치형 UHD TV를 선보여 ‘최고 혁신상’과 ‘베스트 오브 CES’를 수상했다. 선명한 화질과 기존에 없던 새로운 TV 디자인, 풍부한 사운드 등을 인정받은 결과였다. 특히 프레임 안에 TV 화면이 떠 있는 듯한 디자인은 TV 디자인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격이 4000만원으로 비쌌지만 중동이나 중국 부호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지난해 말에는 110인치형 UHD TV로 화면 크기에서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가로 2.6m, 세로 1.8m로 상용화된 UHD TV 가운데 가장 큰 사이즈의 제품(프레임 포함)이다. 킹사이즈 침대보다 큰 이 제품의 가격은 1억6000만원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곡면 TV뿐 아니라 평면 UHD TV 제품군도 대폭 늘려 ‘UHD TV=삼성’이라는 공식을 만들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역발상으로 혁신을 쓰다

삼성전자는 2012년부터 삼성 지펠 T9000 냉장고, 삼성 스마트 에어컨 Q9000, 삼성 버블샷3 W9000 등 이른바 9000 시리즈의 가전 신제품을 잇따라 내놨다. 국내 프리미엄 시장을 키우기 위한 전략에서였다.

삼성은 프리미엄 전략에 맞춰 소재와 디자인, 기능 등을 과감하게 바꿨다. 강화유리를 외관에 적용한 양문형 냉장고가 대세였지만 지펠 T9000은 파격을 연출했다. 상냉장-하냉동의 T구조와 메탈 외관을 새롭게 적용해 출시 한 달 만에 1만대 넘게 판매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소비자들이 냉장실과 냉동실을 사용할 때 8 대 2의 비율로 냉장실을 자주 쓴다는 점에 착안해 냉장실을 손이 닿기 쉬운 위쪽에 배치한 것. 반면 무거운 음식이 많은 냉동실은 아래쪽에 뒀다.

리얼 메탈 소재를 냉장고 전면에 사용한 것도 파격이었다. 메탈 소재는 업소용 냉장고에나 쓰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과감히 고정관념과의 싸움에 나섰고 대성공을 거뒀다. 삼성전자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명품 주방가전의 가치를 담기 위해 리얼 메탈 소재를 과감히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우아한 곡선과 감각적이고 절제된 패턴의 감성 디자인을 적용해 가전업계에 메탈 냉장고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셰프컬렉션으로 명품 가전에 도전

셰프컬렉션은 국내 가전업계에 ‘슈퍼 프리미엄급’이라는 수식어를 붙게 만든 첫 주방가전 제품이다. 최장 기간 프랑스 미슐랭가이드의 3스타 셰프로 뽑힌 미셸 트로와그로 등 글로벌 스타 요리사들이 제품 기획부터 출시까지 참여했다. 지난해 6월부터 클럽 드 셰프(Club des Chefs)라는 협업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삼성전자의 강점인 하드웨어 기술에 전문가적 지식과 경험을 녹여낸 셈이다. 주방을 가장 잘 아는, 최고 주방 전문가와의 협업을 통해 셰프컬렉션이 탄생했다.

셰프컬렉션 냉장고의 핵심은 ‘정온’ 기능이다. 식재료의 영양과 신선도를 한결같이 유지하기 위해 냉장고 문을 수시로 여닫더라도 온도 변화가 거의 없도록 한 첨단 기술이다. 고기와 생선의 질감을 최상으로 보존하기 위해 전문 보관실 온도를 영하 1도로 유지하도록 한 것도 유명 셰프들의 자문을 받은 결과였다. 지난 3월 국내에서 출시한 셰프컬렉션 냉장고는 589만~739만원으로 고가인데도 한 달 만에 1000대가 팔렸다.

삼성전자는 지난 11일 미국 뉴욕에서 셰프컬렉션 풀 라인업을 선보였다. 냉장고와 오븐, 전자레인지, 식기세척기 등 4종이다. 미국에서 글로벌 프리미엄 가전시장 진출을 선포한 것이다. 엄영훈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부사장은 “셰프컬렉션 출시로 글로벌 프리미엄 가전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게 됐다”며 “유럽 등 선진시장은 물론 신흥시장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