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캠핑족' 출몰…몸살 앓는 한강공원
지난 12일 저녁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무더운 날씨 탓에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산책을 즐기러 나온 시민들로 붐볐다. 공원 잔디밭엔 가족과 연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맥주와 음료를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잔디밭 곳곳에 수십개의 텐트가 쳐 있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하천법상 일몰 후에 텐트를 치는 것은 불법인데도 이를 제지하는 단속반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최근 캠핑문화가 확산되면서 여름철을 맞아 한강공원에 텐트족이 늘어나고 있다. 여의도 한강공원엔 주말 낮만 되면 수백개의 텐트가 발 디딜 틈이 없이 들어서 캠핑용품 박람회장을 방불케 한다. 하지만 유명무실한 규정 탓에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탈 행위 및 불법 취사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한강공원에서 텐트 설치는 일출 후부터 일몰 전까지만 가능하다. 텐트 설치는 잠실과 광나루지구를 제외한 잠실대교 하류 한강공원에서만 허용한다. 당초 한강 전 지역에서 텐트를 치는 행위를 야영으로 간주해 텐트 반입을 금지했다. 하지만 한강공원에 그늘이 부족해 휴식공간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거세지자 서울시는 2012년부터 텐트 반입을 일부 허용했다.

바뀐 지침에 따르면 텐트는 가로 2.5m, 세로 3m 이내여야 하며, 설치 시 지주나 노끈으로 잔디를 훼손해선 안 된다. 풍기문란 행위를 막기 위해 텐트를 칠 경우 2면 이상은 반드시 개방해야 한다. 하천법 제46조에 따라 취사와 일몰 이후의 야영은 절대 금지한다.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 100만원을 부과한다.

하지만 이런 규정을 제대로 지키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해가 진 후에도 한강공원엔 텐트를 철거하지 않은 시민이 상당수였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일몰 때가 되면 ‘텐트를 철거해 달라’는 안내방송을 내보내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2면 이상을 개방한 텐트 역시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텐트 안에서 불법 취사 및 일탈행위가 적지 않다는 게 공원을 찾은 시민들의 설명이다.

이런 불법행위를 단속해야 할 서울시는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휴식을 즐기러 나온 시민들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공무원들이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계도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한강 텐트 규정 위반으로 과태료를 내는 경우는 연간 10건 정도에 불과하다. 한강 텐트 규정을 제대로 아는 시민도 드물었다.

현재 서울 한강공원 12개 지구 가운데 야영과 취사가 허용된 곳은 난지캠핑장 1곳뿐이다. 여의도와 뚝섬 지구에선 7~8월에 한해 마련된 간이 캠핑장에서 지난해부터 야영과 취사를 허용하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잠원, 이촌공원에 캠핑장을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