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다고 덥석 산 샘플 화장품, 울긋불긋 반점…"앗! 내 얼굴"
직장인 김소연 씨(28)는 지난달 국내 A사의 스킨과 로션, 재생크림, 미백크림 샘플을 구입했다. 샘플화장품 판매는 불법이지만, 오픈마켓에선 쉽게 살 수 있었다. 3~4개월간 쓸 수 있는 용량을 구입하고 낸 돈은 2만원 정도.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비슷한 용량의 정품 가격(10만원)의 5분의 1에 불과했다.

그런데 샘플화장품을 2주간 사용한 뒤 얼굴에 울긋불긋한 ‘좁쌀 여드름’이 생기기 시작했다. A사의 제품을 종종 사용해온 터라 일시적인 부작용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증세가 계속되면서 김씨는 구매한 샘플화장품을 모두 내다 버릴 수밖에 없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2012년 2월부터 샘플화장품 판매를 금지했지만, 여전히 온라인 쇼핑몰 등에선 샘플화장품 ‘편법판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온라인 화장품 판매업자들은 ‘미끼상품’을 내세워 샘플화장품을 판매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샘플화장품만 파는 행위는 불법인 만큼 마스크팩 립글로스 등과 같은 저가 상품을 본품으로 판매하면서 ‘해당 상품을 구매하면 샘플화장품을 증정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시중에서 500~1000원이면 살 수 있는 마스크팩이 1만원 안팎에 팔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증정품인 샘플화장품 가격이 모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겉으론 마스크팩이나 립글로스를 판매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샘플화장품을 편법으로 유통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옥션, G마켓, 11번가 등의 오픈마켓·온라인몰 상품을 한꺼번에 검색할 수 있는 네이버 지식쇼핑에서 ‘설화수 샘플’을 입력하면 1700여건의 판매 목록이 뜬다. 이 중 절반 정도는 미끼상품을 본판매품인 것처럼 내세워 샘플화장품을 판매하는 수법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 같은 편법판매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데도 식약처는 “확실한 혐의가 없는 한 해당 판매자를 처벌할 수 없다”고 말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미끼상품을 통해 샘플화장품을 판매하는 사례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마땅히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일반 화장품 유통기한은 통상적으로 제조일자로부터 24~36개월 정도다. 그러나 샘플화장품에는 제조일자는 물론 성분도 정확하게 기재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유통기한이 지난 샘플화장품은 부작용을 유발할 가능성이 큰 만큼 구매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