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117개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은 30개 기관이 적잖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라고 한다. 차장급 중견간부의 급여가 1000만원씩 깎이는 곳도 나오게 됐다. 노사협상이 어려워졌다는 푸념도 들린다. 하지만 공공부문의 체질개선은 국가적 과제여서 부실 공기업들이 불만을 토로할 상황은 아니다. 관(官)피아 적폐 해소까지 시급한 마당이다. ‘아직도 배부른 소리’라는 엄중한 여론을 모를 정도로 무딘 집단이라는 말인가.

이 와중에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이 평가결과에 불복해 행정소송까지 검토 중이라고 한다. 산업부 산하의 이 기관은 꼴찌 바로 위인 D급과 함께 기관장 해임건의를 받았다. 시험원 측은 정규직 증원 요청이 승인을 받지 못해 비정규직을 썼을 뿐이고, 이로 인해 경영효율성이 떨어진 것으로 평가받았다는 불만이다. 계량지표는 나쁘지 않았으나 비계량지표 때문에, 즉 평가단에 밉보여 결과가 나빴다는 식이다. 우리는 억측과 변명, 모함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문제는 독립 심사단의 평가가 내려지기 무섭게 바로 소송이란 말이 나올 정도인 공기업의 대담성이다. 정규직 354명에 비정규직이 335명이라면 정상적인 조직이 아니다. 수행업무와 인력구조에 미스매치가 있었다면 진작에 관련 부처들을 설득해 업무를 줄이는 것이 맞다. D등급을 받자마자 소송을 운운할 정도라면 반발조차 계획적이라는 비판을 받기에 꼭 알맞다. 그러지 않아도 공기업들이 경영혁신을 저지하기 위해 온갖 꼼수와 전략을 구사한다는 보도도 있었다. 경영평가에 대한 반발은 경영혁신에 대한 반발로 비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주기 바란다. 평가는 언제나 완전하지 않다. 그러나 사소한 문제를 이유로 평가 전체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는 아주 고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