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내수 경기는 바닥을 헤매고 있지만 해외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데 쓰는 돈은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해외에서 사용한 카드는 105억5000만달러로 전년(94억4000만달러)보다 11.8% 늘었다. 뿐만 아니다. 올 1분기에 5000달러 이상 사용한 사람도 6만명을 넘었다. 관세청은 이들이 해외에서 구입한 물품을 가져오면서 세금을 내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보고 이들을 집중 관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카드 사용을 위축시키거나 사생활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꼭꼭 닫은 지갑 '내수 빙하기'] 해외선 카드 사용 '펑펑'…5만弗 이상 사용자도 886명
22일 관세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윤호중 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온·오프라인을 통한 해외 카드 사용액이 5000달러를 넘은 사람은 6만7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엔 국내에서 온라인을 통해 해외 물품을 구입(직구)한 경우도 포함됐다.

금액별로는 5000달러 이상 1만달러 미만 사용자가 4만168명(66.9%)으로 가장 많았다. 1만달러 이상 2만달러 미만 사용한 사람은 1만4159명(23.6%)이었다. 대부분이 2000만원 미만을 사용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고액을 지출하는 사람도 만만치 않았다. 2만달러 이상 3만달러 미만을 지출한 사람은 3085명(5.1%), 3만달러 이상 5만달러 미만을 사용한 사람도 1772명(2.9%)이었다. 5만달러(약 5100만원) 이상을 해외에서 쓴 사람도 886명(1.5%)에 달했다. 사용금액을 국가별로 보면 미국이 2억1900만달러로 가장 많았고, 필리핀(1억900만달러) 중국(5600만달러) 일본(4200만달러) 싱가포르(3000만달러) 순이었다.

분기당 5000달러 이상 해외 카드 사용자와 사용 내역이 관세청에 통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월 관세청법 개정에 따른 것이다. 기존에는 연간 1만달러 이상 사용자만 관세청에 통보됐다. 해외에서 개인 면세 한도(400달러)를 초과하는 고가 물품을 사고도 세관 신고를 누락하는 여행자를 선별 검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관세청은 여신협회 통보 내역을 바탕으로 관세 누락 및 수입가격 저가 신고 여부가 의심되는 사람들에 대해 ‘블랙리스트’를 작성, 입국 심사 때 소지품 검사를 강화하는 등 감시를 철저히 할 방침이다.

하지만 신용카드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로 해외 여행객들의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해외 신용카드 결제 감소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또 정부가 민감한 카드결제 정보를 확대 감시하는 조치는 사생활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지훈/고재연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