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교육의 정치화'를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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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성향 강한 교육감 당선자들
거창한 정치적 구호 앞세우기보다
아이들 위한 교육본연에 힘써야"
이성호 < 중앙대 교육학 교수 seongho@cau.ac.kr >
거창한 정치적 구호 앞세우기보다
아이들 위한 교육본연에 힘써야"
이성호 < 중앙대 교육학 교수 seongho@cau.ac.kr >
![[시론] '교육의 정치화'를 우려한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406/AA.8809637.1.jpg)
그 답은 바로 좌파 교육감 당선자들의 강한 정치 성향에서 찾을 수 있다. 이들은 과거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주요 간부였거나 통합진보당 같은 진보 정당이나 단체에 몸담았던 인사들이다. 이러다 보니 ‘좌파 교육감 당선자들은 교육보다 정치에 더 관심이 많은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그런데 며칠 전에 좌파 교육감 당선자들이 집단으로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요지는 전교조에 불리한 판결을 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었다. 법원의 판단과는 별개로, 이런 집단행동은 위에서 언급한 불안감과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좌파 교육감 당선자들은 오는 7월부터 초·중등교육에 대한 전권을 위임받는 시·도 교육청의 수장이다. 이들이 관장하는 업무는 학교교육과 관련된 활동은 물론, 교원 및 교육공무원의 인사부터 예산에 이르기까지 방대하다. 교육부 장관보다 훨씬 큰 권한을 행사하는 이들이 재판에 계류 중인 사안에 대해, 그것도 집단적으로 탄원서를 내는 행위는 우선 적절치도 않거니와, 보기에 따라 사법부에 대한 압박으로 비춰질 수 있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다. 더욱이 탄원의 대상이 된 이번 재판은 전교조의 교육활동이나 이념과는 무관한 것이었다.
이뿐 아니다. 좌파 교육감 당선자들이 강조하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 평준화 부활, 대학 평준화, 무상급식을 포함한 교육복지의 확대, 역사교과서 개정 등의 5대 공약 역시 구태의연한 정치이념적 수사학처럼 들린다.
이미 4년 전 선거에서도 좌파 진영의 교육감 후보들은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세워 톡톡히 재미를 봤다. 여유 있는 집 자녀들까지도 공짜로 먹이는 희한한 정책으로 인해 각종 폐해가 누적되고 있는데도 이번에 재탕을 한 셈이다. 자사고 폐지와 고교 및 대학 평준화에 관한 논쟁 역시 노무현 정부 이래 지속돼 온 정치적 쟁점 중의 하나다. 다만 노무현 정부 아래에서는 외고가 논란의 대상이었는데 이번에는 자사고로 바뀌었다. 이러다 보니, 어떤 좌파 교육감 당선자의 자녀 모두가 외고 출신이기 때문에 외고에는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는 억측마저 나오고 있다. 역사교과서 개정 역시 교육계를 좌우로 분열시키는 전략이다.
대학입학의 평준화와 서울대의 폐지는 정치선동의 수준을 넘어서서 한국 교육경쟁력의 근간을 위협하는 발상이다. 좌파 교육감들은 유럽의 몇 개국을 모델로 하는 ‘대학평준화’를 주장하는데, 이들 유럽국가의 대학 진학률은 한국보다 훨씬 낮은 30% 수준이며 그나마 대학에 들어간 학생의 절반 정도만 졸업시킬 정도로 엄격한 질적 관리를 한다. 게다가 서울대를 없애면 연·고대는 어찌할 것인가. 결국 경쟁력 있는 대학들을 모두 없애고 하향 평준화하겠다는 것인가.
다수의 학부모가 새로이 임기를 시작하는 교육감들로부터 가장 듣고 싶은 것은 거창한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나는 여러분의 자녀들을 이런 방식으로 잘 가르치겠습니다’라는 말일 것이다. 부디 좌파 교육감들은 교육 쟁점들을 정치화하기보다는 교육의 본연에 치중해 주길 바란다.
끝으로, 교육감 후보들의 교육철학이나 경륜보다는 그들의 정치 성향과 인지도가 더 중시되는 교육감 직선제는 심각하게 재고돼야 한다.
이성호 < 중앙대 교육학 교수 seongho@ca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