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가는' 국내외 등급
"글로벌 흐름 무시…국내 등급 신뢰 훼손"

이에 대해 신용평가사들은 “평가 대상과 잣대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글로벌 신용평가사와 단순 비교한 뒤 국내 등급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변한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국가와 기업을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한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도 신용평가사에 따라 AA-~A+를 받고 있다. 반면 국내 신용평가사는 한국 정부의 부도 가능성을 0로 간주, AAA에 고정한 뒤 기업 신용을 매긴다. 출발점 자체부터 몇 단계 차이가 나는 것이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글로벌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한국 회사채는 대부분 투기등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한계를 감안해도 한국 기업에 대한 국내외 등급 괴리는 지나치게 크다는 평가가 많다. 기업경영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가 국내와 해외 등급을 모두 보유한 33개 기업 등급을 조사한 결과 민간 대기업은 지난달 국내에서 평균 AA+를 받았지만 해외에서는 6단계 아래인 ‘BBB+’를 받았다. GS칼텍스는 8단계, 포스코 현대자동차 KT 롯데쇼핑 현대제철 등은 7단계 차이가 났다. 한국 정부에 대한 국내외 등급차가 3~4단계인 것을 감안할 때 큰 괴리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흐름’을 무시하는 국내 신용평가사의 등급 조정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무디스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2010년 8월부터 포스코 등급을 떨어뜨려 왔지만, 국내에선 3년10개월이 흐른 지난 11일에서야 한국기업평가가 AAA에서 AA+로 등급을 내렸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작년부터 국내 화학·정유 기업들의 등급과 전망을 낮추고 있지만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아직 아무 조치가 없는 상황이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