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뉴타운 출구전략으로 추진 중인 주거환경정비사업이 주민의 외면으로 겉돌고 있다고 한경이 어제 보도했다. 뉴타운·재개발·재건축 구역으로 지정됐던 606곳 가운데 196곳이 해제됐지만, 정작 주거환경관리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지역은 19곳에 불과해 나머지 177곳은 슬럼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기존 방식대로 재개발 등을 추진해왔던 400여곳 중 대부분은 주민 간에 재개발 계속과 구역 해제 추진을 놓고 의견이 엇갈려 이도저도 아닌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고 한다. 뉴타운 출구전략이 시행 2년 만에 좌초할 지경에 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는 뉴타운 등 대규모 개발방식은 문제가 많다며 소규모의 주거 맞춤형 개발, 마을공동체 활성화 등을 목표로 내걸고 주거환경관리사업을 대안으로 제시해왔다. 서울시 예산으로 폐쇄회로TV, 가로등, 마을회관 등을 설치해주고 주민들에게 연 1.5~2%의 저리로 주택개량자금을 빌려주는 방식이다. 그러나 정작 주민들은 좋을 게 없다며 고개를 돌린다. 집값이 오를 것 같지도 않고, 개발이익도 기대 못 하는데 자금을 빌려 집을 개보수해봐야 빚만 늘게 된다는 것이다. 노후주택 밀집지역일수록 재개발이 급하지만, 주민의 자금부담도 커지는 만큼 서울시 제안은 더욱 외면받고 그 결과 해당 지역은 점점 슬럼화되는 것이다.

이른바 공공재 게임에 갇힌 형국이다. 주민들이 공공기금을 갹출할 때, 낸 돈의 두 배를 정부가 지원해준다고 하면 기금이 잘 걷힐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논리게임이 바로 공공재 게임이다. 더 많은 이익을 챙기려는 무임승차자가 나오면서 횟수를 거듭할수록 기금은 오히려 쪼그라든다는 게 행동경제학의 가르침이다. 재개발·재건축도 마찬가지다. 재개발이 완료되면 주민 모두 이익을 보는 것이지만, 자신의 부담은 기피하기 마련이다. 대도시일수록 더 그렇다. 노후주택 지역에서 CCTV와 가로등은 늘어나지만, 재개발에 실패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서울시는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끼웠다. 공동사업에 대한 참여자들의 행동방식을 잘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