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할 수 없다는 현실 인정하면서 기량 나아져"
17번홀 7.5m 천금의 버디 퍼팅…상금랭킹 1위로
미셸 위가 23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파인허스트CC 넘버2 코스(파70·6253야드)에서 막을 내린 제69회 US여자오픈에서 최종합계 2언더파 278타로 ‘나 홀로 언더파’를 기록하며 데뷔 9년 만에 첫 메이저 타이틀을 획득했다. 지난 4월 롯데챔피언십에 이어 시즌 2승째이며 통산 4승째다. 여자 대회로 역대 최고 우승상금인 72만달러를 거머쥔 미셸 위는 시즌 상금 158만8465달러로 LPGA 상금랭킹 1위로 올라섰다.
◆기대와 우려가 혼재했던 목표와 도전
14살 때인 2003년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대중 앞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미셸 위는 훤칠한 키와 빼어난 미모, 280야드를 넘나드는 호쾌한 드라이버샷으로 단숨에 전 세계 팬들을 사로잡았다. 당시 마지막날 ‘골프 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챔피언조에서 우승경쟁을 펼치며 골프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미셸 위는 매번 주변의 예상을 뛰어넘는 목표를 세웠고 도전을 거듭해왔다. 이로 인해 지난 10년간 그는 엄청난 기대와 사랑을 한몸에 받았지만 동시에 온갖 우려와 비난도 함께 받아야 했다. 그는 여자 선수들 대신 남자들과 성(性) 대결을 벌였다. PGA투어 컷 통과를 노렸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부모의 고향인 한국에서 열린 SK텔레콤에서 유일하게 남자 대회 컷을 통과하며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기도 했으나 여론과 팬들은 미셸 위 부모에게 ‘어린아이에게 무리한 도전을 시킨다’는 비판을 가했다. ◆스탠퍼드대 진학 뒤 성적 부진
미셸 위는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로부터 여자 선수로는 사상 최고액인 1000만달러를 후원받고 프로가 됐으나 선수생활에 전념하기보다 대학 진학을 택했다. 미 서부의 ‘명문’ 스탠퍼드대에 진학한 그는 골프와 공부를 병행하는 힘겨운 생활에 들어갔다. 대학 4년간 미셸 위의 골프 성적은 최악이었다. 졸업할 때쯤 그의 세계 랭킹은 100위 밖으로 떨어졌다. 타이거 우즈(미국)가 스탠퍼드대 2년을 다니다 프로가 되면서 학업을 중단한 것만 봐도 프로생활과 공부를 병행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나 미셸 위는 포기하지 않았다.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미셸 위의 평균 학점은 3.4였다. 그는 골프다이제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학점이 나쁜 편은 아니었으나 생명공학을 전공한 내 룸메이트의 평균 학점 4.3에는 비할 바가 못됐다”며 “한 번은 룸메이트가 ‘나노기술 수업을 같이 듣자. 정말 쉽다’는 권유를 받고 등록을 했는데 내 평생 그렇게 어려운 수업은 처음이었다. 시험도 간신히 통과했다”고 말했다.
◆겸손하고 성숙해진 준비된 ‘골프 여제’
대학 공부는 미셸 위의 선수생활을 위협할 정도로 마이너스였다. 오죽하면 소렌스탐이 “미셸 위는 재능이 없다”고 공개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소렌스탐은 “LPGA투어가 필요로 할 때 미셸 위는 대학을 택했다”고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뒤로 후퇴한 듯한 미셸 위는 더욱 강해졌다. 대학을 다니면서 그는 겸손해졌고 성숙해졌다. 미셸 위는 “현실을 인정하되 모든 것을 완벽하게 통제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어렸을 때 난 모든 것을 지나치게 완벽하게 하려고 했다. 스윙도 완벽하게, 퍼트도 완벽하게 말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모든 게 완벽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투어에서 우승한 선수를 보면 각각의 다른 스윙과 퍼트 자세를 지녔다”며 “늘 완벽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그저 현실을 인정하고 즐기기로 마음먹었더니 갈수록 기량이 나아졌다”고 설명했다.
◆“마스터스 출전 꿈 버리지 않았다”
미셸 위는 1년 전 퍼팅 자세를 바꾸며 또다른 도전을 했다. 양발을 벌리고 허리를 90도로 꺾은 자세를 보고 이안 풀터(영국)는 ‘끔찍하다’는 반응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미셸 위가 ‘ㄱ자 자세’로 퍼팅 감각을 되찾자 비난 여론은 잠잠해졌다. 미셸 위는 “주변 모두가 나를 의심하고 심지어 나조차도 나 자신을 의심할 때도 부모는 나를 믿었다”며 “부모의 믿음이 있었기에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난 부모에게 큰 빚을 졌다”며 울먹였다.
마지막으로 모두가 잊어버렸던 ‘꿈의 무대’ 마스터스 출전도 재부상할 전망이다. 미셸 위는 “예전부터 나의 원대한 목표는 언제나 마스터스에서 플레이하는 것이었다”고 말해왔다. 조만간 미국 PGA투어의 초청장이 그에게 날아올지도 모른다.
한편 양희영(26)은 합계 2오버파로 4위, 이미나(33)와 유소연(23)은 합계 3오버파로 공동 5위, 박인비(26·KB금융그룹)는 합계 13오버파로 공동 43위를 기록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