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금융위원장(오른쪽)과 박상용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장(연세대 경영학과 교수)이 23일 열린 공자위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나란히 입장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신제윤 금융위원장(오른쪽)과 박상용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장(연세대 경영학과 교수)이 23일 열린 공자위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나란히 입장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교보 "우리銀 인수"…KB·한투 등은 '외면'
정부가 우리은행 지분 56.97%를 ‘경영권 지분(30%)’과 ‘10% 이하 소수 지분(총 26.97%)’ 등 두 갈래로 나눠 팔기로 한 것은 최대한 빨리 민영화를 마무리 짓겠다는 의도에 따른 것이다. 경영권을 원하는 곳과 차익을 남기길 원하는 투자자를 한꺼번에 끌어들이겠다는 취지다. 경영권 매각을 위한 입찰이 성사되려면 최소 두 곳 이상이 참여하는 유효경쟁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현재로선 교보생명만 인수전에 뛰어들 예정이어서 성사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소수 지분 낙찰자엔 콜옵션 부여

정부가 마련한 우리은행 매각 방안은 두 갈래로 나뉜다. 지분 30%를 통째로 단일 주주에게 매각하는 방법과 나머지 지분 26.97%를 0.5~10%씩만 인수하길 원하는 3~5곳의 과점주주에게 나눠 파는 방식을 동시에 진행한다. 성사 가능성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참여자들이 두 갈래 입찰에 모두 참여하는 것도 허용했다.

정부는 지분 30%를 통째로 사겠다는 곳이 두 곳 이상 나타나 유효경쟁이 성사되면 우리은행의 지배적 주주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일반경쟁입찰을 통해 가격·비가격 요소를 함께 따져 우선협상 대상자를 고를 예정이다. 단일 주주(컨소시엄 포함)가 우리은행 지분 30%를 인수하게 되면 시중은행 중 ‘주인’이 생기는 첫 번째 사례가 된다.

나머지 우리은행 지분(26.97%)은 주식매매 차익을 얻기 위해 소수 지분(0.5~10%)만 사길 원하는 곳에 판다. 정부는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1주당 0.5주의 콜옵션도 주기로 했다.

◆경영권 입찰 유효경쟁 성사될까

지분 30%를 인수해 우리은행의 새 주인이 되려면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합쳐 3조원가량을 투입해야 한다. 시장에선 교보생명을 비롯해 한국투자, 미래에셋,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등과 일부 사모펀드(PEF) 등이 잠재적 후보로 거론된다. 하지만 현재로선 교보생명만 경영권 인수 의사를 밝힌 상태다. 나머지 금융회사는 하나같이 “시너지를 기대하기 힘들고 인수 여력도 없다”며 고개를 젓고 있다.

이런 이유로 우리은행 지분 30%를 파는 과정에서 두 곳 이상이 입찰에 참여하는 유효경쟁이 성사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오는 9월 매각공고를 내고 11월 말부터 입찰을 진행한다. 소수 지분 낙찰자는 연내 선정한다. 경영권 지분을 인수할 우선협상 대상자는 내년 초 정할 예정이다.

장창민/허란/박한신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