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졌다고 쓰레기 난장판…버리고 간 양심, 응원도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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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전과 다른 시민의식
경기 패하자 허탈·홧김에…응원현장 곳곳 쓰레기 몸살
줍는 사람, 버리는 사람 따로…"성숙한 응원문화 아쉽다"
경기 패하자 허탈·홧김에…응원현장 곳곳 쓰레기 몸살
줍는 사람, 버리는 사람 따로…"성숙한 응원문화 아쉽다"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 예선 2차전 한국과 알제리의 경기가 열린 23일 새벽. 홍명보호가 2-4로 완패한 뒤 거리응원이 펼쳐졌던 서울 광화문광장 영동대로 등 시내 곳곳은 시민들이 버린 쓰레기로 몸살을 앓았다. 무승부로 끝난 러시아전 때 보여줬던 ‘성숙한 시민의식’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뒷정리를 맡은 구청 직원들과 행사 주최 측은 “날이 어두웠고, 비가 온 데다 경기까지 대패했기 때문 아니겠느냐”며 아쉬워했다.
◆아직 갈 길 먼 거리 응원문화
이날 새벽 광화문광장, 신촌 연세로, 영동대로 등엔 비가 내리는데도 불구하고 한국팀의 승리를 응원하는 7만여명(경찰 추산)이 모였다. 러시아와의 경기 때보다 약 3만명 많았다. 하지만 경기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한국은 전반전에만 3실점하며 알제리에 경기 내내 끌려다녔다.
실망스러운 경기 내용 때문일까. 시민의식도 실종됐다. 2만2000여명이 모인 영동대로 곳곳엔 경기 종료 이후 맥주캔과 과자봉지, 휴지들이 나뒹굴었다. 경기 결과가 아쉬웠던지 손에 든 음료수병을 바닥에 내던지거나 버려진 쓰레기를 일부러 밟고 지나가는 시민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응원 현장을 일사불란하게 정리했던 러시아 경기 직후와 달리 쓰레기를 줍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자리에 남아 쓰레기를 정리하던 이가영 씨(30)는 “러시아전과 달리 경기 결과가 안 좋아서 그런 것 같다”며 “경기 내용에 관계없이 뒷정리는 한마음으로 했으면 좋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1만1000여명이 모인 연세로의 상황도 비슷했다. 연세로 응원 인파는 전반전 종료 이후 3분의 1 정도가 자리를 떴다. 이들이 떠난 자리 곳곳에는 응원 때 입은 우의와 응원도구가 그대로 남았다. 대표팀의 완패로 경기가 끝나자 주최 측은 “다른 사람이 먹다 버린 쓰레기도 함께 치워줍시다”라고 독려했지만 일부 시민만 쓰레기봉투를 들고 나설 뿐 대다수가 이를 외면했다.
◆답답한 90분…상점들 매출은 올라
알제리전 응원 분위기도 러시아전과 크게 달랐다. 전반 26분 이후 내리 세 골을 내주자 응원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연세로를 찾은 대학생 백준혁 씨(20)는 “기대를 하고 대구에서 응원 왔는데 계속 골을 내주니 너무 아쉽다”며 전반 종료 후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후반 초반 손흥민의 첫 골이 터지자 분위기는 다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알제리가 추가 골을 넣자 응원장은 다시 침묵에 휩싸였다. 구자철의 추가 골에도 불구하고 경기는 결국 완패로 끝났다.
경기는 졌지만 응원전이 펼쳐진 거리 주변의 상점들은 모처럼 특수를 누렸다. 이날 처음으로 거리응원전이 펼쳐진 연세로의 치킨집과 거리음식점들도 밤새 영업했다. 영동대로 주변 곳곳에서도 치킨과 맥주를 파는 상인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영동대로 인근에 있는 한 편의점 직원은 “러시아전보다 매출이 두 배 정도 늘었다”며 “그만큼 알제리전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호/윤희은 기자 highkick@hankyung.com
뒷정리를 맡은 구청 직원들과 행사 주최 측은 “날이 어두웠고, 비가 온 데다 경기까지 대패했기 때문 아니겠느냐”며 아쉬워했다.
◆아직 갈 길 먼 거리 응원문화
이날 새벽 광화문광장, 신촌 연세로, 영동대로 등엔 비가 내리는데도 불구하고 한국팀의 승리를 응원하는 7만여명(경찰 추산)이 모였다. 러시아와의 경기 때보다 약 3만명 많았다. 하지만 경기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한국은 전반전에만 3실점하며 알제리에 경기 내내 끌려다녔다.
실망스러운 경기 내용 때문일까. 시민의식도 실종됐다. 2만2000여명이 모인 영동대로 곳곳엔 경기 종료 이후 맥주캔과 과자봉지, 휴지들이 나뒹굴었다. 경기 결과가 아쉬웠던지 손에 든 음료수병을 바닥에 내던지거나 버려진 쓰레기를 일부러 밟고 지나가는 시민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응원 현장을 일사불란하게 정리했던 러시아 경기 직후와 달리 쓰레기를 줍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자리에 남아 쓰레기를 정리하던 이가영 씨(30)는 “러시아전과 달리 경기 결과가 안 좋아서 그런 것 같다”며 “경기 내용에 관계없이 뒷정리는 한마음으로 했으면 좋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1만1000여명이 모인 연세로의 상황도 비슷했다. 연세로 응원 인파는 전반전 종료 이후 3분의 1 정도가 자리를 떴다. 이들이 떠난 자리 곳곳에는 응원 때 입은 우의와 응원도구가 그대로 남았다. 대표팀의 완패로 경기가 끝나자 주최 측은 “다른 사람이 먹다 버린 쓰레기도 함께 치워줍시다”라고 독려했지만 일부 시민만 쓰레기봉투를 들고 나설 뿐 대다수가 이를 외면했다.
◆답답한 90분…상점들 매출은 올라
알제리전 응원 분위기도 러시아전과 크게 달랐다. 전반 26분 이후 내리 세 골을 내주자 응원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연세로를 찾은 대학생 백준혁 씨(20)는 “기대를 하고 대구에서 응원 왔는데 계속 골을 내주니 너무 아쉽다”며 전반 종료 후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후반 초반 손흥민의 첫 골이 터지자 분위기는 다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알제리가 추가 골을 넣자 응원장은 다시 침묵에 휩싸였다. 구자철의 추가 골에도 불구하고 경기는 결국 완패로 끝났다.
경기는 졌지만 응원전이 펼쳐진 거리 주변의 상점들은 모처럼 특수를 누렸다. 이날 처음으로 거리응원전이 펼쳐진 연세로의 치킨집과 거리음식점들도 밤새 영업했다. 영동대로 주변 곳곳에서도 치킨과 맥주를 파는 상인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영동대로 인근에 있는 한 편의점 직원은 “러시아전보다 매출이 두 배 정도 늘었다”며 “그만큼 알제리전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호/윤희은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