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미술관에 전시된 장샤오강의 ‘혈연-대가족:가족1’. 대구미술관 제공
대구미술관에 전시된 장샤오강의 ‘혈연-대가족:가족1’. 대구미술관 제공
현실을 바라보는 예술가의 시선과 그가 그것을 작품화하는 방식은 정치·사회적 현실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 미술계의 변모는 압축 성장을 이뤄가고 있는 경제 현실만큼이나 극적이다.

최근 국내에서 잇따라 열리고 있는 중국 현대 작가의 개인전은 그런 중국 미술계의 다양한 변화의 흐름을 조망할 수 있는 기회다. 그중에서도 중국 화단 사대천왕 중 한 사람인 장샤오강(55)의 개인전‘Memory+ing’(대구 삼덕동 대구미술관·9월10일까지)와 신세대 작가 옌헝(32)의 개인전 ‘자동차 여관’(서울 소격동 아라리오미술관·7월13일까지)이 대표적이다.

문화대혁명과 톈안먼 사태를 직접 체험한 장샤오강은 ‘85미술운동’의 대표주자다. 인상주의 초현실주의 등 서구 현대미술의 영향을 바탕으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뒤섞인 격동의 현대사를 몽환적인 분위기로 묘사해 주목받았다. 1985년 시작된 ‘85미술운동’은 초현실주의와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결합해 화폭 위에 이상화된 현실을 창조하려 한 움직임이다.

그는 처음에는 ‘잃어버린 꿈’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원시적이고 소박한 삶을 묘사하는 데 관심을 가졌지만 1990년대 들어와 왜곡된 인물 묘사를 통해 중국의 현실을 통렬히 비판하는 냉소적 사실주의로 옮겨갔다.

이번 전시에는 초기작부터 최신작에 이르기까지 모두 105점이 선보인다. 그를 세계무대에 알린 ‘혈연-대가족’ 시리즈에서는 가족사진의 형식을 차용해 문화대혁명 시대 소시민의 불안하고 우울한 삶을 묘사하고 있다. 중국의 전통 초상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최신작 ‘성인여성과 어린남자’(2012)에는 사내아이를 어머니와 함께 의자에 앉혀 중국인의 남아선호 경향과 남존여비 관념을 풍자하고 있다. (053)790-3000

서구 모더니즘의 영향을 받긴 했지만 아날로그적 서정성을 간직한 장샤오강과 달리 신세대 작가 옌헝의 작품에는 지구촌 문화에 편입돼가는 오늘날의 중국이 투영돼 있다. 그러나 그는 서구 아방가르드 미술과 첨단 기계문명을 수용하면서도 회화의 평면적 형식을 고집한다. 그러나 캔버스의 변형과 화면 분할, 아상블라주(여러 물건의 조합) 기법의 도입 등 운용방식은 상당히 개방적이다.

메시지를 풀어내는 방식도 개성적이다. 작가는 자신만의 상징과 수학적 코드, 기계적 장치를 통해 중국의 과거와 오늘의 현상을 해부한다.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물과 뭍을 오가는 악어는 문명의 충돌, 컴퓨터와 의족은 인간 신체의 결함을 보완하는 대체물을 의미한다. (02)541-5701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