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 엇갈린 연기금] 세종시 공무원 되는 '우본' 10대 1…전주로 옮기는 국민연금 '재공모'
지방 이전을 앞두고 인력 이탈을 고민해오던 국민연금(기금 규모 약 430조원)과 우정사업본부(105조원)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전북 전주로 이전하는 국민연금은 핵심인력이 이탈한 뒤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공모를 했지만 지원자가 적어 재공모를 하는 중이다. 반면 세종시로 옮기는 우정사업본부는 자산운용본부 내 계약직 연구원직을 6·7급 공무원으로 전환하기로 하자 여의도 금융 전문가는 물론 변호사 회계사 등이 앞다퉈 입사 원서를 내밀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25일 “자산운용 부문(6급 행정 주사 1명), 리스크 관리, 법률, 회계(이하 7급 행정 주사보 7명) 등 4개 분야에 행정공무원 8명을 뽑기로 하고 선발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의 전체 자산운용 인력은 80명으로 46명의 미래창조과학부 소속 5급 이상 공무원들이 주요 결정을 내리고, 민간에서 채용한 계약직 연구원 34명이 자료 조사 등 보조 역할을 한다.

이번 채용은 연구원직 일부를 공무원으로 신분 전환시키기 위한 것으로 직급으로 따지면 행정고시 출신 5급 사무관보다 하위직이다. 하지만 결과는 의외였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법무직에 변호사가 2명 지원했고, 회계사도 6명에 다른 공제회에서 근무하던 운용역까지 서류를 제출했다”며 “내로라하는 여의도 대형 증권사, 자산운용사의 경력직들이 대거 지원해 경쟁률이 10 대 1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우정사업본부가 금융 전문 인력을 국가공무원법에 근거해 채용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내년까지 20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법무직에 한해 변호사를 채용한 적은 있지만 당시 직급은 5급이었다. 고급 인력들이 대거 지원한 데 대해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공무원이라는 안정적인 지위가 보장되는 데다 세종시가 다른 지방에 비해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가깝다는 점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100% 계약직 운용역들로 구성돼 있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전주 이전(2016년 예정)의 시기가 가까워질수록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초에 공석이 된 주식위탁운용팀장 후임을 뽑을 땐 응시자 중에 마땅한 후보가 없어 재공모 절차를 밟아야 했다. 지난달 초에 라이나생명으로 이직한 해외대체팀 소속 인프라 담당 차장 자리는 여전히 비어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예전엔 국민연금 채용 공고가 나면 해외 유수의 대학에서 MBA 과정을 거친 인재들이 많이 지원했는데 이젠 옛말이 돼 버렸다”고 아쉬워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