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세·감면 정비] 대기업 투자 稅혜택 줄어든다…재계 "법인세 年2000억 더 내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다음달 1일 발표하는 비과세·감면 정비 방안의 핵심은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대한 세금 감면을 축소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일몰이 도래하는 비과세·감면제도는 원칙적으로 폐지한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의 ‘2015년 세제개편안’은 다음달 말에 확정된다. 따라서 최종 판단은 현재 인사청문 절차를 밟고 있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몫이 될 전망이다.

◆9만여 대기업, 세 부담 늘어난다

올해 일몰을 맞는 비과세·감면 항목은 53개, 세금 감면액만 7조8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가장 ‘뜨거운 감자’는 2조1216억원(2012년 기준)의 세금 감면 효과가 있는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축소 방안이다. 최근 경제계는 기업들의 투자심리 회복을 위해선 현행 세제혜택이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는 의견을 정부 측에 강력 개진하고 있다. 기업투자 활성화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최 후보자로서는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우려가 높은 세감면 축소를 결행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기본공제율은 수도권 내 대기업의 경우 설비투자액의 1%(수도권 밖 2%)다. 중견기업은 대기업보다 각각 1%포인트 높고, 중소기업은 소재지에 관계없이 설비투자의 4%를 감면받는다.

조세연구원은 추가공제율은 그대로 두고, 기본공제율을 낮추는 방안을 제안할 방침이다. 대기업 기본공제율을 1%포인트 낮추는 방안이 유력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기업들이 더 내야 하는 세금은 연 2000억~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세연구원은 일자리 창출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만큼 고용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투자에 대한 기본 공제는 점차 줄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세법상 전체 법인은 48만2574개로 이 중 중소기업이 38만9871개, 중견기업이 1100개, 대기업이 9만1603개다.

◆절세형 금융상품에도 ‘메스’

일반 법인보다 낮은 법인세율을 적용받았던 조합 법인의 세율도 상향 조정이 예고된다. 조세연구원은 조세특례제한법 72조에 따라 당기순이익의 9%를 법인세로 내고 있는 조합 법인의 세율을 순차적으로 올릴 것을 권고할 계획이다.

각 지역에 퍼져있는 지역 농업협동조합과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수산업협동조합뿐만 아니라 중소기업협동조합법과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 등에 따라 설립된 5000여개의 조합 법인이 대상이다. 이들 법인은 단일세율 제도를 통해 2012년 3250억원 상당의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총 1166개에 달하는 지역농협의 경우 한 곳당 1억5700만원 정도의 세금이 줄어들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농업인의 경제적 공동체인 농협에 대한 세제 지원 중단은 농민들의 반발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각종 절세형 금융 상품도 정리 대상이다. 특히 이자소득세(15.4%)가 면제되는 ‘생계형 저축’은 올해 일몰이 도래해 상당 수준의 손질이 가해질 전망이다. 이 상품은 60세 이상 노인이거나 장애인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조세연구원은 이 상품을 통해 고소득층이 더 이득을 보는 만큼 정비가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소득· 재산에 따른 가입자 제한 요건 등이 신설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다만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비과세·감면 항목은 가급적 건드리지 않을 방침이다. 따라서 2012년 기준으로 1조2800억원의 세금 감면 효과가 있었던 중소기업에 대한 특별세액 감면 등에 대해선 일몰 연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우섭 기자 duter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