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비제2호스팩은 올 4월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에서 79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지난달 29일 공모청약을 마친 하나머스트스팩은 경쟁률은 무려 284 대 1이었다.
2기 스팩의 빠른 합병 속도도 스팩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케이비제2호스팩은 상장 한 달 만에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 케이사인과의 합병 사실을 알렸고, 지난해 11월 상장한 우리스팩2호도 6개월 만에 큐브엔터테인먼트와의 합병을 공시했다.
전문가들은 투자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스팩의 면면을 잘 살펴보라고 조언했다.
◆ "성공 경험 있는 스팩 골라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주식 시장에 상장돼 있는 스팩은 5곳이다. 여기에 미래에셋제2호스팩이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고, 우리스팩3호도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상태다.
스팩은 우량한 비상장사와의 합병을 유일한 목적으로 하는 회사다. 영위하는 사업이 없기 때문에 스팩에 대한 투자는 합병 성공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감안하면 성공 경험을 가진 증권사 및 발기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몇몇 발기인들은 비상장사 선정에서 증권사와 합병대상간 협상까지 주도적으로 합병을 이끌고 있다.
합병에 성공한 1기 스팩 10곳과 2기 스팩 중 합병대상을 찾은 2곳을 대상으로 하면 증권사에서는 KB투자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이 각각 2건의 전적을 올리고 있다. 발기인 중에서는 과학기술인공제회 신한캐피탈 ACPC 등이 3건, 솔본인베스트먼트와 에스티벤처가 2건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상장된 스팩 중에서는 키움스팩2호가 1호 성공 경험과 함께 ACPC를 발기인으로 두고 있다. 하나머스트스팩은 선데이토즈를 성공적으로 합병시킨 바 있고, 유진스팩1호는 ACPC가 발기인에 있다.
2기 스팩에서는 작은 덩치도 합병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요인으로 평가받는다. 총자산 규모가 작을수로 합병 검토대상 법인의 범위가 넓어지기 때문이다.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미래에셋제2호스팩을 포함해 총자산 규모가 가장 작은 곳은 하나머스트스팩으로 60억원이다.
또 2기 스팩들은 합병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합병 대상 산업군을 특정하지 않았다. 1기 당시 산업군을 특정하고 합병대상을 찾다 실패한 사례들이 있기 때문이다.
◆ 예치 공모자금 이자율, 미래에셋제2호스팩 1위
투자자들이 스팩에 관심을 갖는 이유 중 하나는 안전자산에 가깝다는 것이다. 스팩은 공모투자자의 경우 원금손실 가능성이 낮다.
2기 스팩들은 공모자금의 100%를 한국증권금융 등 증권금융회사에 예치한다. 스팩은 3년 안에 합병하지 못하면 청산해야 하지만, 이 경우에도 공모 투자자는 투자원금과 예치에 따른 이자를 돌려받을 수있다. 이 권리는 스팩 상장 이후 장내에서 주식을 취득하는 투자자에게도 그대로 이전된다.
공모가가 2000원인 2기 스팩 중 가정하고 있는 예치이자율이 가장 높은 곳은 미래에셋제2호스팩이다. 미래에셋제2호스팩은 연 3.00% 이자율을 가정하고 있다. 이밖에 유진스팩1호가 2.78%, 하나머스트스팩이 2.76% 등이다.
스팩이 맘에 들지 않는 비상장사와 합병을 결정해도 투자자는 손실위험이 적다. 매수청구가로 공모가 이상을 책정하기 때문이다. 반대 의사가 있으면 매수청구권을 행사해 매수청구금액은 받으면 된다. 다만 합병 공시 이후 취득한 주식에 대해서는 매수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2기 스팩들은 1기들이 지적받았던 과도한 운영비도 줄였다. 3년 기준으로 경상운영비 및 합병비용이 가장 적은 곳은 유진스팩1호로 2억6800만원이다. 스팩들은 대부분 이 비용을 10억원 이하로 책정해 놓고 있다.
이정기 하나대투증권 스몰캡팀장은 "1기 스팩들은 양호한 주식 시장 상황 때문에 안전자산 성격이 부각되지 못했다"며 "그러나 2기 스팩은 시장 부진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