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악화 忍苦의 시간 뚫고 핀 연꽃株
연초 이후 지속되던 중소형주 강세 흐름은 한풀 꺾였다. 증시 무게추가 대형주로 옮겨가고 있다. 그러나 경쟁을 통해 과점체제를 굳히고 그 혜택을 누리는 중소형 종목들은 소리 없이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틈새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차지한 기업들 역시 전방산업의 업황 등과 관계없이 주목받고 있다.

◆장비·부품주도 ‘승자독식’

반도체 장비업체 이오테크닉스와 조선 기자재업체인 하이록코리아는 ‘코스닥시장의 SK하이닉스’로 꼽힌다. 업황 악화로 인고(忍苦)의 시간을 거치는 동안 경쟁업체들이 하나둘 사라졌다. 그에 따른 과점체제가 굳어지며 실적이 본격 개선됐다.

이오테크닉스는 25일 1400원(2.28%) 오른 6만29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작년 말 4만1300원이었던 주가가 6개월 새 52% 급등하면서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도 34위에서 단숨에 18위로 뛰어올랐다.

이 회사는 반도체를 잘라내는 장비인 마커 등을 주력 생산하던 업체다.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다른 장비업체들이 실적 악화에 시달리는 동안 이 회사는 레이저 장비 개발을 위한 투자를 오히려 늘렸다. 최근 업황 회복과 함께 레이저 장비 수요가 늘면서 이익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156억원으로 전년 동기(48억원)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홍성호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레이저 장비 적용이 정보기술(IT) 업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어 장기 성장도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피팅(관이음쇠)업체인 하이록코리아 역시 올 들어 주가가 20% 넘게 상승했다. 외국인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되면서 외국인 보유 비중은 작년 말 31.6%에서 39.4%로 높아졌다. 금융위기 이후 조선업황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하이록코리아는 조선 기자재업체 중 유일하게 오름세를 나타내는 종목이다.

박무현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하이록코리아는 상선 분야 피팅·밸브시장의 70%를 점하고 있다”면서 “지난 3~4년간 비상장 경쟁업체들이 도태되면서 독점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선종 중 상선 부문의 업황만 최근 개선세를 나타내고 있어 향후 차별화된 이익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틈새시장 주도주도 주목

중소형 화학주 중에서는 틈새시장을 공략해 경쟁 우위를 확보한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가성칼륨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유니드는 올 들어 주가가 11% 뛰었다. 작년 이후 큰 폭으로 오른 탓에 상승 탄력이 다소 줄었지만 기관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되는 종목이다.

국내 유기질 비료시장 점유율 15%로 1위 업체인 효성오앤비 역시 상승 속도가 가파르다. 작년 말 6860원이던 주가는 이날 1만5850원으로 131% 급등했다. 친환경농업에 대한 정부 지원 확대 등을 배경으로 안정적인 이익 성장이 기대된다는 점이 주가 상승의 배경으로 꼽힌다.

이 밖에 가죽가공 1위 업체인 조광피혁,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시장 주도업체인 쎌바이오텍 등도 진입장벽이 있는 틈새시장의 숨은 강자다.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글로벌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미래 실적에 대한 기대가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며 “경쟁 과정에서 생존력이 검증되고, 정상화 과정에서 이익 개선이 가시화되는 종목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