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새 경제팀에 할 말 많은 기업인들
“더도 덜도 말고 선거유세 때만큼만 기업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정책에 반영해주면 좋겠습니다. 규제완화도 선거유세할 때처럼 시원시원하게 하면 어떨까요.”

경북 경주에서 자동차 부품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A사장이 지난 24일 대한상공회의소를 통해 건의한 내용이다. 다음달 민선 6기 지방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한상의가 전국 700여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결과 A사장과 같은 바람이 대부분이었다. 불합리한 규제를 없애고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경기 안산에 사업장을 둔 중소기업인 B씨는 “선거 때 약속했던 규제완화와 세제감면 등 경제활성화 공약을 제대로 실행에 옮기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지난 민선 5기 지방자치단체의 경제정책에 대한 기업인들의 평가는 냉엄했다. 5점 만점에 평균 2.97점에 그쳤다. 100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낙제 수준인 59.4점이다. 대통령이 ‘쳐부숴야 할 원수’, ‘암 덩어리’와 같은 격한 표현을 써가며 규제혁파를 외쳤지만 막상 현장에서 기업인들은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대한상의가 25일 내놓은 ‘내수 활성화를 위한 10대 과제 제언’도 기업인들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2004년 기업들의 해외 투자는 국내 투자 대비 9.3% 수준이었지만 2013년엔 3배에 가까운 27.2%로 급증했다. 노동과 환경규제가 갈수록 늘어나 국내 투자를 꺼린 결과다. 근로시간 단축, 정리해고 요건 강화, 사내하도급 사용 규제, 배출권거래제, 화학물질 평가 및 관리법, 저탄소차협력금제 등 새로운 규제를 꼽기조차 어려울 정도라는 게 기업인들의 반응이다. 대한상의가 내수를 살리려면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춘 규제개혁, 노동·환경 규제 도입의 속도조절 등이 필요하다고 정부에 건의한 이유다.

다음달 중순 새 경제팀 출범을 앞두고 경제단체의 건의가 쏟아지는 건 그만큼 경영환경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새 경제팀과 지자체장들이 기업인들의 현장 목소리를 챙겨야 경제가 활력을 찾을 수 있다.

박해영 산업부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