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구조조정 해법 논란] 채권단 "추가담보 요구는 당연" vs 동부 "법적근거 전혀 없어"
동부그룹의 비금융 부문 핵심 계열사인 동부제철이 조만간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등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게 되는 가운데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장남 남호씨의 동부화재 지분을 추가 담보로 제공하는 문제를 두고 동부그룹과 금융당국·채권단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동부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양측 간 갈등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특히 부실경영 책임을 어디까지 물어야 하는지를 놓고 치열한 논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단, “경영자로서 책임 보여야”

동부그룹은 제조업(비금융 계열사)과 금융업 부문 간에 지분관계가 거의 없다. 김 회장과 남호씨는 금융계열사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동부화재 지분 7.86%와 14.05%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김 회장의 지분은 지난해 산업은행이 동부제철에 브리지론 1260억원을 내주며 담보로 잡아놨다.

남호씨 지분을 요구하게 된 배경은 김 회장이 동부제철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있도록 지분에 대한 담보설정을 풀어주려면 대체담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 주가 수준을 감안한 남호씨의 지분 가치는 4861억원에 이르지만 이미 2009년부터 우리·하나·외환은행 등에 약 2300억원어치 담보가 잡혀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 등이 지금 요구하는 것은 주가 상승으로 약 1700억원의 추가 담보여력이 발생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남호씨 지분을 대체담보로 요구하는 것에 대해 ‘경영 책임’을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남호씨는 오너가의 특수관계인이긴 하나 직책상 부장이기 때문에 동부제철의 경영진이 아니다”며 “법적으로 담보 제공을 강제할 방법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금융감독당국과 채권단은 김 회장 측이 금융 계열사만 챙기고 제조업은 포기하는 수순을 밟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경우 제조업 계열사를 살리는 비용은 국민에 전가되는 반면, 동부그룹 2세인 남호씨는 금융 계열사 최대주주로서 회사를 지배하는 ‘도덕적 해이’가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동부그룹, “법적 근거 없다”

동부그룹은 남호씨의 동부화재 지분을 담보로 잡는 것은 “법적으로도 논리적으로도 말이 안 된다”고 반박한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지금까지 동부제철 구조조정 작업을 주도한 것은 산업은행인데 왜 동부그룹이 담보를 맡기고 책임을 져야 하느냐”며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을 각각 경쟁입찰해 중국 등에 팔았으면 지금과 같은 유동성 문제는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가총액 3조4480억원 규모 동부화재 경영권을 시가총액 1100억원을 조금 넘는 동부제철을 살리기 위해 담보로 내놓으라는 것도 지나치다고 주장한다. 그는 “사모펀드나 외국계 회사가 김 부장의 지분을 가져가면 사실상 동부의 금융 계열사 전체를 지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산은 관계자는 “담보를 잡는 것이 곧바로 경영권 이전이라는 논리가 터무니없을 뿐 아니라 빚을 지고 기존 담보를 해제하라면서 다른 대안은 제시하지 않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동부그룹은 금융계열사 최대주주의 지분을 담보로 요구하는 것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다. 동부 관계자는 “경영권이 있는 주식은 쉽게 사고팔 수 있는 개인 재산과 다르다”며 “시장에서 경영권에 간섭하는 것으로 읽힐 수밖에 없고 결국 피해는 주주, 보험가입자 등이 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강조해 온 금산분리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상은/남윤선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