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토대장정에 참여해 대학생들과 함께 걷고 있는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회장(오른쪽).
지난해 국토대장정에 참여해 대학생들과 함께 걷고 있는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회장(오른쪽).
제약업계 원로인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회장이 17년째 국토대장정에 참가한다. 강 회장은 지난 3월 88세 생일을 맞아 미수연을 열었다.

강 회장은 다음달 1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되는 ‘대학생 국토대장정’ 일정 중 한 코스를 대학생들과 함께 걷는다. 고령의 나이를 감안해 주변에서 만류했지만 “젊은이들과 함께 걷겠다”는 강 회장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동아제약은 1998년부터 대학생 국토대장정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다음달 1일 제주를 출발, 서해안 루트를 거쳐 동아쏘시오그룹이 최근 완공한 바이오시밀러공장이 있는 인천 송도에서 21일 마침표를 찍는 587.3㎞ 여정이다. 강 회장은 다음달 12일께 충남 부여의 궁남지 코스에서 행렬에 합류해 한두 시간가량 걸을 예정이다.

대학생 국토대장정에 대한 강 회장의 애착은 남다르다.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강 회장은 “젊은 사람들에게 패기를 심어주자”며 600㎞를 걷는 대학생 국토대장정을 발족했다. 첫해부터 지난해까지 단 한 번도 거르지 않고 행사를 직접 챙기고 있다. 매년 코스를 직접 걷는 것은 물론 마지막날 완주식에도 참석해 참가 대학생들에게 일일이 완주패를 전달했다. 지금까지 완주패를 받은 대학생만 2000여명에 달한다.

강 회장은 국토대장정에 참여할 때마다 “힘든 대장정을 한번 경험해보면 사회에 나가서 무슨 일이든 헤쳐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며 중도에 힘들어하는 참가자들을 독려했다. 덕분에 매년 한 조 12명씩 12개조(총 144명)가 참여하는 국토대장정 완주율은 지금까지 90%가 넘는다.

최호진 동아쏘시오그룹 홍보이사는 “외환위기 때 젊은이들의 기를 살려주자며 시작한 행사가 이토록 오랫동안 지속될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강 회장이 국토대장정을 사회공헌이라고 생각하며 손수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