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버랜드가 사명을 ‘제일모직 주식회사(영문명 Cheil Industries Inc.)’로 바꾼다. 삼성의 모태이자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아끼던 회사 이름을 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에버랜드가 이어받는 셈이다. 삼성에버랜드란 이름은 사명이 아닌 테마파크 이름으로만 남는다.

삼성에버랜드는 다음달 4일 주주총회를 열어 사명을 바꾸기로 했다고 26일 발표했다. 현재 제일모직은 다음달 1일 삼성SDI에 합병돼 사라지고, 그 이름을 지난해 패션사업을 인수받은 에버랜드가 되살리는 것이다.

제일모직은 1954년 이병철 창업주가 대구 침산동에 설립한 모직공장에서 출발한 이름이다. 이 회사와 1953년 창립된 제일제당을 중심으로 삼성의 기업문화가 형성됐고, 많은 계열사가 파생돼 지금의 삼성그룹이 만들어졌다. 이학수 전 삼성물산 고문, 김인주 삼성선물 사장 등 제일모직 경리과 출신이 그룹에서 승승장구하면서 최고 엘리트 코스로 불리기도 했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제일’은 이병철 창업주가 애착을 가졌던 브랜드”라며 “삼성의 모태인 제일모직의 이름을 이어받아 정통성을 이어가겠다”고 설명했다. 삼성 관계사 중 유일하게 이 창업주가 대표이사로 재직(1954~1971)한 회사가 제일모직이며, 이 창업주는 1987년 영면할 때까지 제일모직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었다. 이 창업주는 자서전인 ‘호암자전’에서 “제일이란 이름은 알기 쉽고 부르기 쉽다는 이유도 있지만, 다짐한 결의와 큰 기개를 사명에 담았다. 무슨 일에나 제일의 기개로 임하자는 뜻, 앞으로 항상 한국 경제의 제일주자로서 국가와 민족의 번영에 크게 기여해 나가자는 뜻”이라며 이름을 지은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