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불황 메커니즘'에서 벗어나려면
세월호 참사는 한국 국민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줬다. 이번 참사로 인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은 아직도 한국이 후진국적인 요소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도 이제 곧 대망의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리라는 기대에 차 있던 국민들에게는 실망스럽고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의 ‘안전’은 ‘성장’ 이상으로 중요하다. 차제에 ‘안전 대한민국’을 만들어나가기 위한 철저하고도 집요한 노력이 요구된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 안전기반을 튼튼하게 확립한다는 것은 거저 되는 게 아니며 상당한 투자를 필요로 한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므로 안전 대한민국을 위한 투자를 어떤 발상으로, 어떻게 합리적으로 추진할 것인가를 다각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그 접근방법의 하나가 ‘안전 산업의 육성’이다. 이것은 마치 환경 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환경 기술과 환경 산업을 육성하는 것과 같은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환경 문제와 마찬가지로 안전 문제에도 이질적이고 다양한 분야가 있다. 세월호와 같은 불량 선박, 불량 건물, 불량 공장 등 불량의 종류는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안전산업이라고 하는 것은 이와 같은 다양한 종류의 불량을 치밀하고도 철저하게 개보수해 안전하고 완벽한 것으로 재생시키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차제에 한국의 경제·산업 분야에 걸쳐 불안전하고 위험한 곳을 철저히 점검하고 분야별로 가장 합리적인 불량제거 작업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불량제거 작업을 위해서는 먼저 그 작업을 위한 인적·물적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이미 분야별로 불량품의 개보수를 담당하는 기업이나 서비스 센터들이 존재할 텐데,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가안전처가 중심이 돼 기존의 이런 개보수 기업들을 조직화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개보수 시스템의 정비와 이어지는 대대적인 개보수 활동은 막대한 인적·물적 자원의 투입을 필요로 하는데, 이런 활동은 그 성격상 거대한 내수진작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지금 한국 경제는 심각한 내수 부족에 직면해 있다. 한국 경제의 불황을 야기하는 내수 부족의 원인을 간단히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한국 경제는 가공무역입국을 지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적지 않은 기업들이 성장기반을 해외 시장에 두고 있으며, 생산 중 상당부분을 수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기업은 주어진 기술 수준 및 노동생산성 아래에서 원화 가치가 높아져 코스트푸시(cost-push) 요인이 발생하면 최대한의 비용절감 노력을 하게 되고, 그 결과 불요불급한 인적·물적 자원을 감축하게 되는데, 이런 노력은 결국 내수를 축소시키고 불황을 야기하게 된다. 국내 경기가 불황에 빠지면 수입수요는 더욱 위축되고, 수입수요의 축소는 경상수지 흑자를 더욱 증대시키며 흑자 증대는 다시 가파른 원고(환율하락)를 불러옴으로써 경제침체를 가속시키게 된다. 이것이 한국 경제의 ‘불황 메커니즘’인 것이다.

한국 경제보다 한 발 앞서 엔고 불황의 늪에 빠져 있던 일본 경제는 통화량 증발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아베노믹스의 대담한 전개를 통해 그 늪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 지금 한국 경제가 현재의 불황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일본과 같은 아베노믹스적 접근도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그에 앞서 이미 얘기한 것처럼 안전의 산업화를 통한 내수 확대책을 적극적으로 강구해 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안전의 확립은 절대적인 조건이며, 안전의 확립을 내수 진작과 연동시킨다면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와 함께 투자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종윤 <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leejy@hufs.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