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마치는 '결혼이주여성 1호' 광역의원 이라, "의욕 앞선 4년…다문화 인식 조금 바꿨죠"
“도와주는 사람도 없고 물어봐도 제대로 대답해주는 사람도 없고, 힘들어서 울기도 했어요. 그런데 돌이켜보면 제가 도의원으로 활동한다는 그 자체만으로 다문화가정 인식 개선에 큰 기여를 한 것 같습니다.”

오는 30일 지난 4년간의 경기도의원 임기를 마치는 ‘결혼이주여성 1호 광역의원’ 이라 씨(사진)는 27일 이렇게 말하며 활짝 웃었다.

몽골 출신인 그는 현지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친구 남편의 소개로 남편을 만나 2003년 결혼했다. 중국 관련 물류 회사에 다니던 그는 자신이 한국에 와 도의원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고 했다. “한국은 드라마 빼놓고는 특별한 관심이 없었어요. 오히려 중국 말 열심히 배우면서 중국에서 살아볼까란 생각은 했었지요. 우연이면서, 필연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간단한 영어로 소통하던 남편과의 대화가 한국말이 더 익숙해질 때쯤인 2007년 초, 법무부 서울출입국사무소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여기서 봉사자들과 ‘결혼이민자네트워크’ 카페를 운영하며 인맥을 쌓아갔다. 성남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다누리)와 신상진 전 새누리당 의원 등의 도움을 받아 2010년 8대 경기도의원 선거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1번으로 당선됐다.

그는 지난 4년 동안 동료 의원과 함께 50여개의 의안을 발의했다. 대표발의한 것은 ‘경기도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안’ 등 2건이다. “제일 어려운 게 입법활동이에요. 아무래도 (조례를 만드는) 도 의원이다 보니까 한계도 좀 있고요. 이건 이 (상위)법 때문에 안 되고 저건 저 법 때문에 안 되고….” 도의원은 상임위원회별로 공동 사무실을 쓰고 개인 공간이 없다. 보좌관 등 비서도 없다. 대신 작은 회사를 운영하는 남편이 발벗고 나서 발언문 작성, 서류 준비 등 비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

“다문화가정 관련 지역 행사 때문에 주말에도 집을 자주 비웠어요. 저녁에는 학교 다니느라 집에 없고 밥도 안 해주고. 지난 4년간 남편이 제일 힘들었을 것 같아요.” 그는 남편에게 참 고맙다고 했다.

앞으로는 다니고 있는 연세대 행정대학원 학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현재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오히려 차별과 편견을 조장한다는 의견도 있어요. 관련법이나 정책을 열심히 공부해 개방과 통합이 중심이 된 다문화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겁니다.”

수원=이해성 기자 l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