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 팬덤의 진화, 예능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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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와 팬들의 만남 내세운 MBC '별바라기' 방송 돌풍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가 H.O.T와 서태지의 팬을 주인공으로 해 ‘복고 열풍’을 일으키더니 최근에는 강호동이 진행하는 MBC 예능프로그램 ‘별바라기’가 아예 합동 팬미팅 토크쇼를 내세우며 정규 편성을 얻어냈다. 파일럿 방송 이후 지난 19일 첫 방송에서 ‘별바라기’는 시청률 4.1%(닐슨코리아 기준)로 비교적 산뜻하게 출발했다.
방송가, 팬덤을 전면에 내세우다
‘별바라기’는 팬덤 자체를 프로그램의 중심으로 끌고 왔다. 스타와 팬이 마주하고, 과거를 넘어 현재를 이야기한다. 팬은 스타로 인해 인생의 고비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선 사연을 공개하고, 스타도 이런 팬들의 지극한 사랑과 든든한 지지 덕분에 지금의 자리에서 반짝일 수 있다고 화답한다. 스타와 팬의 대화를 통해 팬덤 문화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한다.
‘별바라기’가 정규 편성된 것은 비슷비슷한 토크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의 피로도가 큰 몫을 했다. 팬들의 입을 통해 공개되는 새로운 에피소드들이 신선함을 안긴 것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여러 연령대의 스타를 함께 섭외해 폭넓은 시청자층이 관심을 갖고 공감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첫 정규 방송에서는 배우 오현경, 가수 윤민수, 농구선수 우지원이 손님으로 나와 팬들과 만났다.
팬덤을 방송의 중심으로 내세울 수 있었던 데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일반인이 이른바 ‘마이크로 셀리브리티’(일반인이지만 SNS 등을 통해 유사 유명인이 된 경우를 일컫는 말)로 방송에 얼굴을 내미는 것이 어색하지 않게 된 사회 분위기도 한몫했다.
이 같은 변화는 H.O.T 젝스키스 등 아이돌 1세대 팬덤 문화를 전면에 내세운 ‘응답하라1997’(2012)부터 감지됐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의 향수를 자극하며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응답하라1994’(2013)는 팬덤 문화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서태지와아이들을 등장시켰다. 당시 서태지와아이들의 팬들 사이에 전해오는 일화를 드라마로 유쾌하게 풀어냈다.
팬덤, 광팬이 아닌 능동적 소비자
팬덤(fandom)이란 1930년대에 세계적인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공상과학 소설의 팬을 일컫는 용어다. ‘fanatic(광신도)’이라는 단어와 ‘domain(영역)’의 합성어라는 점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팬덤은 광적인 이미지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해졌다.
아이돌 팬들은 심지어 ‘오빠부대’ 혹은 일명 ‘빠순이’라는 말까지 들었다. 국내에서 팬덤이 사회적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69년 영국 가수 클리프 리처드의 내한 공연 때다. 당시 여고생과 여대생들이 이화여대 강당에 모여들어 속옷을 벗어 던질 정도로 열광했다.
그런 팬덤이 드라마와 예능에서 밝고 유쾌하게 다뤄지면서 1990년대 팬덤 문화의 새로운 면이 재조명되고 있다. 음지에 머물렀던 팬덤 문화가 양지로 나오고 있는 것. 물론 아직까지 무분별한 ‘조공’(팬들이 스타에게 무언가를 바치는 행위)이나 ‘사생팬’(스타의 사생활을 쫓아다니는 행위) 등 팬덤 문화의 그늘은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빠순이’로 매도하던 과거와 달리 이들 또한 대중문화를 이끄는 하나의 주체라는 인식이 번지고 있는 건 분명하다.
방송이 팬덤을 껴안은 이유는?
이 같은 경향은 팬덤 출신 제작진의 영향이 크다. ‘별바라기’의 황교진 PD는 서태지 팬이었고, 황선영 작가는 신화의 팬클럽인 신화창조 출신이니 당연히 ‘애정 어린’ 눈길로 볼 수밖에 없다. ‘응답하라’ 시리즈 역시 H.O.T 멤버 토니의 팬인 김란주 작가가 있었다.
팬덤에 몸담았던 사람이 아니더라도, 한 세대를 풍미했던 스타에 대한 이야기는 시청자들의 추억을 자극하고 공감을 이끌어낸다.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황 PD는 “우리 어머니 세대부터 지금의 10대까지 모두가 대중문화를 적극적으로 소비했던 세대인 만큼, 팬덤 문화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고 말했다.
최보란 한경텐아시아 기자 orchid85a@tenasia.co.kr
방송가, 팬덤을 전면에 내세우다
‘별바라기’는 팬덤 자체를 프로그램의 중심으로 끌고 왔다. 스타와 팬이 마주하고, 과거를 넘어 현재를 이야기한다. 팬은 스타로 인해 인생의 고비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선 사연을 공개하고, 스타도 이런 팬들의 지극한 사랑과 든든한 지지 덕분에 지금의 자리에서 반짝일 수 있다고 화답한다. 스타와 팬의 대화를 통해 팬덤 문화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한다.
‘별바라기’가 정규 편성된 것은 비슷비슷한 토크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의 피로도가 큰 몫을 했다. 팬들의 입을 통해 공개되는 새로운 에피소드들이 신선함을 안긴 것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여러 연령대의 스타를 함께 섭외해 폭넓은 시청자층이 관심을 갖고 공감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첫 정규 방송에서는 배우 오현경, 가수 윤민수, 농구선수 우지원이 손님으로 나와 팬들과 만났다.
팬덤을 방송의 중심으로 내세울 수 있었던 데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일반인이 이른바 ‘마이크로 셀리브리티’(일반인이지만 SNS 등을 통해 유사 유명인이 된 경우를 일컫는 말)로 방송에 얼굴을 내미는 것이 어색하지 않게 된 사회 분위기도 한몫했다.
이 같은 변화는 H.O.T 젝스키스 등 아이돌 1세대 팬덤 문화를 전면에 내세운 ‘응답하라1997’(2012)부터 감지됐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의 향수를 자극하며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응답하라1994’(2013)는 팬덤 문화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서태지와아이들을 등장시켰다. 당시 서태지와아이들의 팬들 사이에 전해오는 일화를 드라마로 유쾌하게 풀어냈다.
팬덤, 광팬이 아닌 능동적 소비자
팬덤(fandom)이란 1930년대에 세계적인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공상과학 소설의 팬을 일컫는 용어다. ‘fanatic(광신도)’이라는 단어와 ‘domain(영역)’의 합성어라는 점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팬덤은 광적인 이미지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해졌다.
아이돌 팬들은 심지어 ‘오빠부대’ 혹은 일명 ‘빠순이’라는 말까지 들었다. 국내에서 팬덤이 사회적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69년 영국 가수 클리프 리처드의 내한 공연 때다. 당시 여고생과 여대생들이 이화여대 강당에 모여들어 속옷을 벗어 던질 정도로 열광했다.
그런 팬덤이 드라마와 예능에서 밝고 유쾌하게 다뤄지면서 1990년대 팬덤 문화의 새로운 면이 재조명되고 있다. 음지에 머물렀던 팬덤 문화가 양지로 나오고 있는 것. 물론 아직까지 무분별한 ‘조공’(팬들이 스타에게 무언가를 바치는 행위)이나 ‘사생팬’(스타의 사생활을 쫓아다니는 행위) 등 팬덤 문화의 그늘은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빠순이’로 매도하던 과거와 달리 이들 또한 대중문화를 이끄는 하나의 주체라는 인식이 번지고 있는 건 분명하다.
방송이 팬덤을 껴안은 이유는?
이 같은 경향은 팬덤 출신 제작진의 영향이 크다. ‘별바라기’의 황교진 PD는 서태지 팬이었고, 황선영 작가는 신화의 팬클럽인 신화창조 출신이니 당연히 ‘애정 어린’ 눈길로 볼 수밖에 없다. ‘응답하라’ 시리즈 역시 H.O.T 멤버 토니의 팬인 김란주 작가가 있었다.
팬덤에 몸담았던 사람이 아니더라도, 한 세대를 풍미했던 스타에 대한 이야기는 시청자들의 추억을 자극하고 공감을 이끌어낸다.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황 PD는 “우리 어머니 세대부터 지금의 10대까지 모두가 대중문화를 적극적으로 소비했던 세대인 만큼, 팬덤 문화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고 말했다.
최보란 한경텐아시아 기자 orchid85a@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