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내년 1분기 중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조기인상론이 또다시 제기됐다. 시장이 예상하는 내년 하반기 이후보다 훨씬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Fed 내에서도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고, 시장 지표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인플레이션 목표 사실상 도달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는 26일(현지시간)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1분기 중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Fed가 목표로 한 2%를 웃돌 것이며, 실업률도 6% 미만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불러드 총재는 Fed 내에서도 물가안정을 중앙은행의 중요한 책무로 간주하는 대표적인 매파 인사다. 그는 “시장이 실제 이상으로 Fed를 비둘기파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외부에서는 Fed가 물가안정보다 경기부양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인식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최근 발표된 지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2년 10월 이후 최고치인 1.8%를 기록하며 불러드 총재의 발언을 뒷받침했다. 26일 노동부가 발표한 미국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도 전주보다 2000건 감소한 31만2000건으로 집계되는 등 고용시장 개선세가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Fed 내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제프리 래커 리치먼드 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물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오르고 있지만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며 신중한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이어 “금리 인상 시기는 앞으로 나오는 경제지표에 달려 있으며 현재 금리 수준을 지지한다”고 강조해 조기인상론에 선을 그었다. 래커 총재는 다만 “인플레이션이 통제할 수 없는 수준이 돼서는 안 된다”며 “내년 경제성장세가 부진하더라도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딘 경기 회복 속도가 변수

올 들어 Fed 내에서 기준금리 조기인상론이 불거진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2월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월 회의록에서 “몇몇 위원이 기준금리를 ‘상대적으로 빨리’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점화됐다. 이후 4월 재닛 옐런 Fed 의장이 첫 FOMC회의를 주재한 뒤 연 기자회견에서 “양적완화 조치를 종료한 후 6개월 안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언급, 조기인상설이 확산됐다. 이후 옐런 의장이 여러 차례 “상당 기간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 4월 발언은 ‘말실수’로 여겨졌고 조기금리 인상설이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이번에 불러드 총재의 발언으로 다시 불거진 것이다.

불러드 총재의 발언이 전해진 26일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와 S&P500, 나스닥지수가 모두 하락세로 마감, 상승세가 꺾였고 27일 아시아 증시도 영향을 받았다. 일본 증시의 닛케이225지수는 전날보다 213.49포인트(1.39%) 하락한 15,095.00으로 거래를 마쳤고, 중국 상하이와 홍콩 증시도 소폭 하락했다.

시장은 시기상의 문제일 뿐 내년 중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다만 여전히 미국의 경기 회복이 견고하지 않다는 점이 변수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지출 증가율은 전월 대비 0.2%로 시장이 예상한 0.4%의 절반에 그쳤다.

WSJ는 마이크 모란 다이와 캐피털마켓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말을 인용, “Fed가 더딘 경기회복 속도와 예상보다 빠른 물가상승률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또 금리인상 결정이 특정 시기를 염두에 두고 이뤄지기보다 경제회복 정도를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데이터에 근거할 것으로 전문가들이 전망했다고 덧붙였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