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 문제를 두고 여야가 확연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안대희,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연이어 낙마한 뒤 정홍원 총리가 유임되자 여당은 ‘신상털기식’ 인사청문회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7일 “현재 인사청문회 제도가 그대로 갈 경우 ‘청문회 무용론’이 제기될 수 있다”며 “인사청문회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인사청문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다음주 여야 원내대표 주례 회동에서 제도 개선 논의를 야당에 공식 제안할 방침이다.

하지만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인사청문회 타령은 그만했으면 한다”며 “지금 급한 것은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이 아니라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을 고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 “TF만들어 개선하겠다” >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왼쪽)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TF만들어 개선하겠다” >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왼쪽)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에 부메랑된 청문회

양당 원내대표의 이날 발언은 인사청문회 제도를 두고 지난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보였던 태도와 180도 다른 것이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의 자의적 인사권을 견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1993년 제14대 국회에서 논의를 시작해 2000년 6월 김대중 정부 3년차에 처음 도입했다. 2000년 4월 16대 총선에서 거대 야당이 된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주도했다. 한나라당은 장상 국무총리 서리(후보자) 등 김대중 정부 내각에 대한 혹독한 검증을 이어가며 인사청문회를 이끌었다.

이후 한나라당이 정국 주도권을 거머쥐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를 하던 2005년 인사청문회법은 또 한 차례 개정됐다.

당시 박근혜 대표는 그해 4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을 확대하고 청문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인사청문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석 달 뒤인 7월 한나라당의 강력한 요구로 법 개정이 이뤄져 장관 후보자까지 인사청문회 대상에 포함됐다.

이처럼 새누리당 주도로 만들어지고 개정된 인사청문회법이 이명박 정부에 이어 현 박근혜 정부 내각 구성의 발목을 잡으며 결국 ‘자승자박’이 됐다는 지적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초대 장관으로 지명됐던 남주홍 통일부 장관·박은경 환경부 장관·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가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낙마했다. 이어 2010년 김태호 총리 후보자는 청문회 후 4일 만에 사퇴를 선언했다.
< “청문회 타령 그만해라” >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오른쪽)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청문회 제도 개선을 주장하는 새누리당을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 “청문회 타령 그만해라” >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오른쪽)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청문회 제도 개선을 주장하는 새누리당을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곤혹스러운 여, 공세 펴는 야

야당 시절 인사청문회 도입 및 대상 범위 확대 등 현재 시스템을 주도한 새누리당이 이처럼 여당이 된 뒤 계속해 후보가 낙마하자 다시 인사청문회법 개정을 주장하고 있다.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 의장은 “야당도 과거 여당 시절 청문회를 받아본 입장에서 문제점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여당의 어려움을 즐기지만 말고 야당도 언제든 여당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문제점 개선에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반면 1999년 15대 국회 당시 여당이었던 새정치국민회의(현 새정치민주연합)는 인사청문 대상을 국회 동의나 선출이 필요한 고위 공직자로 제한하려 했지만 지금은 현재 제도대로 검증이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기식 새정치연합 의원은 “총리 후보가 낙마하면 스스로 인사검증 시스템을 점검해야지 인사청문회 제도 탓으로 돌려 제도를 근본적으로 손보겠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