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경제지표 혼조] 흐릿해진 경기회복세…광공업생산, 금융위기 후 최대폭 감소
지난달 광공업생산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5년5개월래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세월호 참사 여파가 소비에 미친 충격은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하지만 제조업을 중심으로 산업생산이 급감하면서 경기 전망은 오히려 더 불투명해졌다.

통계청이 27일 발표한 ‘5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전체 산업생산은 한 달 전보다 1.0% 줄어 4월(-0.6%)에 이어 2개월 연속 뒷걸음질쳤다. 특히 광공업생산이 2.7%나 감소했다. 하락폭으로는 2008년 12월(-10.5%) 이후 최대다.

지난달 1~6일 징검다리 연휴가 끼면서 조업일수가 줄어든 데다 노키아 마산공장이 철수한 영향이 컸다. 통계청은 조업일수 감소가 없었다면 광공업생산 감소율이 1%대에 그쳤을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이를 감안해도 4월(-0.1%)과 비교하면 감소폭이 크다는 게 문제다.

분야별로는 제조업 생산이 2.9%, 광업 생산이 7.9% 줄어들면서 광공업생산을 끌어내렸다. 업종별로는 자동차(-7.4%)와 휴대폰(-6.8%)의 타격이 컸다. 제조업 가동률도 전월 대비 2.9%포인트 하락한 평균 74.7%에 그쳤다.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투자도 부진했다. 설비투자는 기계류(-0.4%)와 운송장비(-4.0%) 모두 줄어들면서 전월 대비 1.4% 감소했고 건설공사도 1.8% 줄었다.

다만 소비는 예상외로 빨리 세월호 참사 충격에서 벗어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4월에 1.6% 감소했던 소매판매가 지난달 1.4% 증가세로 돌아섰다. 승용차 판매가 2.4% 줄었지만 TV 등 다른 내구재 판매가 3.9% 늘어나면서 회복세를 주도했다.

서비스업 생산도 전월 대비 0.6% 증가하면서 4월(-1.2%)의 감소세에서 벗어났다. 4월에 11.6%나 급감했던 예술·스포츠·여가 분야는 5월에 6.9% 급증했다. 도소매도 4월 1.8% 감소에서 5월 1.5% 증가로 돌아섰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실물경제가 후퇴하면서 경기지수는 나빠졌다.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한 달 전보다 0.4포인트 내렸고 향후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0.2포인트 하락했다.

기획재정부는 “산업생산 부진으로 그 간의 회복세가 주춤해졌다”면서도 “경기 회복세가 꺾였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밝혔다.

통계청도 이날 ‘경기순환 주기’ 분석을 통해 “2012년 4분기~2013년 상반기 중 경기가 저점을 형성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했다. 현재 경기는 저점을 지나 반등국면을 통과 중이라는 것이다.

한편 외국계 투자은행인 ING는 이날 보고서에서 “산업생산 부진으로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한국은행 전망치 3.9%를 밑돌 가능성이 커졌다”면서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기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둔화되긴 했지만 인위적인 경기 부양이 필요할 정도는 아니라는 진단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