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LIG손보 품었지만…경영진 리더십 공백 장기화될 듯…금감원, 林·李 '징계' 빨라야 내달 17일 결정
KB금융지주가 비은행 금융회사 인수합병(M&A) 3전4기 끝에 LIG손해보험을 인수하게 됐다. 그러나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등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징계 수위가 일러야 다음달 17일 결정될 것으로 보여 상당기간 경영 공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임 회장에 대한 징계 정당성을 둘러싸고는 감사원까지 끼어들어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관련자 많아 시간 오래 걸려

금감원은 지난 26일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를 열고 임 회장 등에 대한 징계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사안과 관계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26일 제재심에선 전산시스템 교체 관련 내분사태 및 정보유출 안건에 대한 검사조치 보고와 징계 대상자의 소명만 이뤄졌다”며 “다음달 3일 열릴 제재심에선 이들 안건에 대한 질의응답을 거쳐 국민은행의 도쿄지점 부당대출, 주택채권 횡령 관련 안건 등을 다룰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빨라야 다음달 17일 열리는 제재심에서 결론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KB금융과 국민은행은 장기간 경영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최고경영진과 주요 임원들이 모두 징계 수위를 낮추는 데 전력을 쏟고 있어 중요한 의사결정은 대부분 징계 결정 뒤로 미룬 상태”라고 말했다.

◆감사원 “금융위 유권해석 문제”

감사원도 임 회장의 징계 정당성을 둘러싼 논쟁에 끼어들었다. 금감원은 2011년 3월 KB국민카드가 국민은행에서 분사할 때 신용정보법에 따라 승인받지 않고 국민은행 고객정보를 가져간 것을 문제 삼아 임 회장에게 중징계를 통보했다. ‘신용정보법에 따라 승인받지 않은 건 규정 위반’이라는 금융위원회의 유권해석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감사원은 최근 이 같은 유권해석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의서를 금융위에 보냈다. ‘금융지주사의 자회사 간에 개인정보를 영업상 이용할 목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금융지주회사법 조항을 근거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유권해석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에선 감사원이 갑자기 금융위의 유권해석을 문제 삼는 건 ‘의도’가 담긴 부당한 개입이란 지적도 나온다.

◆KB, 비은행 강화 숙원 풀어

어수선한 가운데 KB금융은 LIG손보 지분 19.47%를 인수하기 위한 계약(SPA)을 이날 LIG그룹과 맺었다. 매매 가격은 6850억원이다. KB금융은 푸르덴셜투자증권(2010년), ING생명(2012년), 우리투자증권(2013년) 등 비은행 금융회사 인수전에 나섰다가 고배를 마셨다.

LIG손보를 최종 인수하면 KB금융의 총자산은 약 319조원으로 신한금융(약 318조원)을 넘어서 국내 최대 금융지주사가 된다. 비은행 자회사가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4.1%에서 78.5%로 낮아지게 된다.

하지만 막판 변수는 있다. 금융위의 승인이다. KB금융은 금감원으로부터 ‘기관경고’ 수준의 경징계를 사전 통보받았다. 물론 기관경고를 받아도 법률적으로 보험사를 인수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기관징계에 임직원 징계까지 고려하면 금융위가 LIG손보의 자회사 편입을 승인할 것으로 낙관할 수만은 없다.

김일규/장창민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