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연비를 둘러싸고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사이에 벌어진 해프닝은 관료들이 어떤 식으로 일을 처리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산업부가 맡아오던 자동차 연비 인증에 지난해 갑자기 국토부가 뛰어들었다. 국토부는 산업부가 이미 적합 판정을 내린 차들까지 조사해, 현대 싼타페와 쌍용 코란도스포츠가 복합연비를 과다표시했다며 부적합판정을 내리고 과징금도 부과했다. 같은 차를 두고 정부 내 두 부처가 상반된 검증 결과를 공개한 것이다.

언제나 명분은 그럴듯하다. 이번에도 소비자 보호를 내세웠다. 하지만 그 속내는 부처이기주의 내지는 밥그릇 싸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산업부가 오랫동안 관장해온 연비 검증은 대표적 규제행정이다. 검증 통과 여부는 신차 판매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중요하다. 칼자루를 쥔 소관부처 입장에서는 큰 권력이다. 업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도 그만이다. 이런 ‘끗발’에 숟가락 하나 더 얹고 싶었던 게 국토부였고 이를 결사적으로 막으려 드는 게 산업부다.

두 부처가 정말 소비자 권익을 생각했다면 조사방법이나 결과를 사전에 철저히 검증하고 조율해 혼선을 최소화했어야 한다. 그런데도 지금처럼 소비자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 것은 부처 간 오기싸움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대통령이 규제 혁파를 내세우고 있는 마당이다. 규제를 없애지는 못할망정 하나의 규제를 놓고 두 부처가 서로 행사하겠다고 달려드는 꼴이니 어이가 없을 뿐이다.

정부 검증만 믿었던 자동차 업계의 피해도 막대하다. 국토부의 연비 부적합 판정이 확정될 경우 과징금에다 집단 소송까지 당할 수 있어 천문학적 금액을 물어내야 할지도 모른다. 자칫 한국 자동차업계 전체의 글로벌 신뢰도까지 추락할 판이다. 관료들의 밥그릇 투쟁, 정말 미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