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정원'에 펼친 색채 마술…세필화가 이종혁 씨 한경갤러리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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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한 쌍이 나뭇가지에 내려 앉아 서로를 쳐다보며 재잘거린다. 묘사가 정교해 새가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세필화가 이종혁 씨(48)가 올봄에 그린 작품 ‘앵무새’다.
홍익대 건축과와 동국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파리에서 판화 공부를 한 이씨는 그동안 전통 한국화에 대한 이론적 탐구를 바탕으로 건축·조형 장르를 가미한 현대적인 세필화를 선보여왔다. 초기에는 건축 설계에 사용하던 펜으로 작업을 하다 최근에는 가느다란 모필로 새를 비롯해 나무, 꽃, 사람 등 일상의 친밀한 대상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이씨의 작품은 그런 면에서 아날로그적이고 자연 친화적이다.
이씨가 최근 작업한 회화 20여점을 30일부터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1층 한경갤러리에 건다. 내달 11일까지 열리는 개인전이다. 그는 2005년부터 자신의 감성을 ‘정원’이란 상상의 공간에 펼쳐놓았다. 그저 간단한 종이 위에 해맑은 자연을 수놓으며 디지털 시대 문명의 빠른 속도를 가로질러 보자는 의미에서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상향을 상징하는 정원을 꿈꾼다고들 해요. 저도 일종의 유토피아 같은 정원을 좀 더 느린 감성으로 표현해보고 싶었습니다. 경기 광명시 소화동 작업실에 고립돼 혼자만의 상상놀이에 빠진 게 벌써 10년이 됐군요.”
그는 자신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시간과 공간을 반추하며 ‘꿈의 복원’을 시도한다고 했다. 자신만이 겪은 특별한 시간과 공간을 묵직하게, 때론 경쾌하게 서정적인 색채와 문학적인 깊이로 새롭게 재탄생시킨다는 얘기다.
“가끔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정원 곳곳에 새가 날아들고, 꽃들이 피어 있는 밝고 화사한 공간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의 운명은 어쩐지 태어날 때부터 그 공간에서 이미 결정돼 세상으로 내보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럴 때마다 뭔가 감정이 밀려오곤 하죠. 모든 사람에게 정원이 그런 의미는 아니겠지만, 내게는 어쩔 수 없이 그렇습니다.”
작가는 “내 그림이 누군가의 허기진 배를 채워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했다. 그는 한국적인 색상과 선을 선택해 캔버스라는 접시에 맛있는 색감 요리를 담아낸다는 생각으로 작업한다.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젊은 시절 꿈꿔왔던 정원 속에서 새와 꽃, 사람, 사슴, 부엉이, 앵무새 등 동식물을 끄집어내 개인적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작가는 “풍부한 자연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며 “관람객들이 몸으로 그림을 대면하면서 오감으로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02)360-4232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홍익대 건축과와 동국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파리에서 판화 공부를 한 이씨는 그동안 전통 한국화에 대한 이론적 탐구를 바탕으로 건축·조형 장르를 가미한 현대적인 세필화를 선보여왔다. 초기에는 건축 설계에 사용하던 펜으로 작업을 하다 최근에는 가느다란 모필로 새를 비롯해 나무, 꽃, 사람 등 일상의 친밀한 대상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이씨의 작품은 그런 면에서 아날로그적이고 자연 친화적이다.
이씨가 최근 작업한 회화 20여점을 30일부터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1층 한경갤러리에 건다. 내달 11일까지 열리는 개인전이다. 그는 2005년부터 자신의 감성을 ‘정원’이란 상상의 공간에 펼쳐놓았다. 그저 간단한 종이 위에 해맑은 자연을 수놓으며 디지털 시대 문명의 빠른 속도를 가로질러 보자는 의미에서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상향을 상징하는 정원을 꿈꾼다고들 해요. 저도 일종의 유토피아 같은 정원을 좀 더 느린 감성으로 표현해보고 싶었습니다. 경기 광명시 소화동 작업실에 고립돼 혼자만의 상상놀이에 빠진 게 벌써 10년이 됐군요.”
그는 자신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시간과 공간을 반추하며 ‘꿈의 복원’을 시도한다고 했다. 자신만이 겪은 특별한 시간과 공간을 묵직하게, 때론 경쾌하게 서정적인 색채와 문학적인 깊이로 새롭게 재탄생시킨다는 얘기다.
“가끔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정원 곳곳에 새가 날아들고, 꽃들이 피어 있는 밝고 화사한 공간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의 운명은 어쩐지 태어날 때부터 그 공간에서 이미 결정돼 세상으로 내보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럴 때마다 뭔가 감정이 밀려오곤 하죠. 모든 사람에게 정원이 그런 의미는 아니겠지만, 내게는 어쩔 수 없이 그렇습니다.”
작가는 “내 그림이 누군가의 허기진 배를 채워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했다. 그는 한국적인 색상과 선을 선택해 캔버스라는 접시에 맛있는 색감 요리를 담아낸다는 생각으로 작업한다.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젊은 시절 꿈꿔왔던 정원 속에서 새와 꽃, 사람, 사슴, 부엉이, 앵무새 등 동식물을 끄집어내 개인적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작가는 “풍부한 자연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며 “관람객들이 몸으로 그림을 대면하면서 오감으로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02)360-4232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