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종철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 초저온 원자 관측…아인슈타인의 원리 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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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프런티어
원자 내부구조·운동 연구에 진전
양자 컴퓨터 개발에 활용 기대
원자 내부구조·운동 연구에 진전
양자 컴퓨터 개발에 활용 기대
“서울시민 1000만명이 갑자기 똑같이 움직인다고 상상해보세요. 모두 같은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고, 같은 방향으로 걸어간다고요.”
29일 만난 문종철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33)은 ‘보스 아인슈타인 응축(BEC)’이라는 현상을 이렇게 비유했다. BEC는 원자를 절대영도(-273도)에 가깝게 냉각시킬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는 “상온에서 제각기 따로 놀던 원자들이 초저온으로 온도가 내려가면 갑자기 모두 하나의 원자처럼 똑같이 움직이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BEC는 1920년대 인도 출신 물리학자인 샤텐드라 나스 보스와 상대성 원리로 유명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처음 예견한 현상이다. 이후 1995년 미국 항공물리연구소(JILA)와 MIT에서 각각 BEC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고 이들은 200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2012년 문 연구원이 처음으로 BEC를 구현했다. 이 실험은 재현하는 것 자체가 국가 또는 실험실의 연구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가 될 만큼 어려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원자를 절대영도에 가깝게 얼리는 데는 ‘레이저 냉각’ 기법을 사용했다. 그는 “원자가 날아가는 방향의 정반대에서 레이저를 쏘아주면 원자가 이를 흡수한 뒤 방출하는 과정에서 움직임이 느려진다”며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 원자가 정지 상태에 이르면서 절대영도 수준으로 냉각된다”고 설명했다.
원자가 초저온 상태일 때 나타나는 BEC 현상은 자연과학을 연구하는 데 다양하게 활용된다. 수천만개의 원자 입자가 하나의 원자처럼 행동한다는 것은 원자의 크기가 커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문 연구원은 “BEC는 입자의 미시적인 현상을 거시적으로 관측할 수 있게 해주는 ‘확대경’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우 작은 입자의 세계에서는 눈에 보이는 일상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기이한 현상들이 나타난다. 지금까지는 이런 현상을 직접 관찰하기 어려웠다. BEC를 이용하면 양자역학적 현상을 눈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그는 “원자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뤄졌지만 원자 내부 구조나 외부 운동에 대해선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며 “우리가 원자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이를 어떻게 조작할 수 있을지 배우게 되면 양자컴퓨터 등을 만드는 데도 보다 큰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자컴퓨터는 입자의 ‘얽힘’과 ‘중첩’ 등 양자역학적 특성을 이용해 복잡한 계산도 수초, 수분 만에 해내는 컴퓨터를 말한다. 문 연구원은 1981년생이며 KAIST, MIT를 거쳤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29일 만난 문종철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33)은 ‘보스 아인슈타인 응축(BEC)’이라는 현상을 이렇게 비유했다. BEC는 원자를 절대영도(-273도)에 가깝게 냉각시킬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는 “상온에서 제각기 따로 놀던 원자들이 초저온으로 온도가 내려가면 갑자기 모두 하나의 원자처럼 똑같이 움직이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BEC는 1920년대 인도 출신 물리학자인 샤텐드라 나스 보스와 상대성 원리로 유명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처음 예견한 현상이다. 이후 1995년 미국 항공물리연구소(JILA)와 MIT에서 각각 BEC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고 이들은 200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2012년 문 연구원이 처음으로 BEC를 구현했다. 이 실험은 재현하는 것 자체가 국가 또는 실험실의 연구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가 될 만큼 어려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원자를 절대영도에 가깝게 얼리는 데는 ‘레이저 냉각’ 기법을 사용했다. 그는 “원자가 날아가는 방향의 정반대에서 레이저를 쏘아주면 원자가 이를 흡수한 뒤 방출하는 과정에서 움직임이 느려진다”며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 원자가 정지 상태에 이르면서 절대영도 수준으로 냉각된다”고 설명했다.
원자가 초저온 상태일 때 나타나는 BEC 현상은 자연과학을 연구하는 데 다양하게 활용된다. 수천만개의 원자 입자가 하나의 원자처럼 행동한다는 것은 원자의 크기가 커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문 연구원은 “BEC는 입자의 미시적인 현상을 거시적으로 관측할 수 있게 해주는 ‘확대경’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우 작은 입자의 세계에서는 눈에 보이는 일상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기이한 현상들이 나타난다. 지금까지는 이런 현상을 직접 관찰하기 어려웠다. BEC를 이용하면 양자역학적 현상을 눈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그는 “원자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뤄졌지만 원자 내부 구조나 외부 운동에 대해선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며 “우리가 원자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이를 어떻게 조작할 수 있을지 배우게 되면 양자컴퓨터 등을 만드는 데도 보다 큰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자컴퓨터는 입자의 ‘얽힘’과 ‘중첩’ 등 양자역학적 특성을 이용해 복잡한 계산도 수초, 수분 만에 해내는 컴퓨터를 말한다. 문 연구원은 1981년생이며 KAIST, MIT를 거쳤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