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주식·채권·상품, 21년만에 '트리플 강세'
올 들어 현재까지 약 6개월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주식, 채권, 상품 가격이 모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세 가지 투자자산이 동시에 상반기를 상승 마감하는 것은 2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증시도 선진국과 신흥국이 모두 오르는 등 금융시장이 이상할 정도의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다.

경제가 최적의 균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낙관적 분석과 함께 시장의 과도한 자신감을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글로벌 금융자산 이례적 동반상승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주식, 채권, 상품 가격을 나타내는 금융시장의 6개 주요 지수가 모두 상승세로 상반기를 마칠 전망이다. S&P500지수(7.04%)와 금 가격(9.7%), UBS상품가격지수(8.1%), 미국 10년물 국채(6.4%), MSCI 선진지수(4.8%), MSCI 신흥국지수(4.3%) 등이다. 이 지수들이 상반기 동안 함께 상승한 것은 1993년이 마지막이었다고 WSJ는 전했다.

보통 주식과 대부분의 상품 가격은 호황기에 오른다. 경기가 하강하거나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는 안전자산인 채권과 금 가격이 상승한다. 주식, 채권, 상품이 일제히 오르는 건 이례적인 일이란 뜻이다.

일부 전문가는 이에 대해 물가상승률이 낮게 유지되면서 경제가 꾸준히 상승하는 최적의 균형 상태가 지속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자산운용사 GAM의 잭 플래허티 펀드매니저는 “시장이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이른바 ‘골디락스(goldilocks)’ 상태에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중앙은행(Fed)과 유럽중앙은행(ECB) 등 선진국 중앙은행이 통화완화 정책을 이어가는 것도 이유다. 저금리 정책으로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가격이 높게 유지되고 있고, 동시에 저금리 시대 고수익을 좇아 위험자산을 찾는 투자자들이 주식 및 상품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다. 채권과 금 가격이 지난해 주가 랠리에 밀려 워낙 많이 하락해 올해는 반발 매수세가 유입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금리 쇼크’가 가장 큰 위협

문제는 언제까지 이런 상태가 지속될 수 있을지다. 투자자들은 투자 자산 가격이 높아진 상태에서 거래량과 변동성마저 크게 줄자 오히려 긴장하는 모습이다. 지난 6개월간 시카고상업거래소의 변동성지수(VIX)는 평균 13.8을 기록, 2007년 상반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역사적 평균선인 20.04에 비해 31% 낮은 상태다. 시장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예측하기 어려워 투자자들이 선뜻 포트폴리오를 바꾸지 못하는 것이 거래량과 변동성이 낮은 이유라는 분석이 나온다. ‘폭풍 전야’ 같은 모습이라는 얘기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채권 금리가 갑자기 상승하는 경우다. 미국의 경제 성장 및 물가 상승 속도가 빨라지면 금리가 급등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시장 균형이 깨지면서 큰 폭의 조정이 불가피하다. 페더레이티드 인베스터의 도널드 엘런버거 매니저는 “시장의 가장 큰 위협 요인 중 하나는 금리 쇼크”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경제 성장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금리가 갑자기 급등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세이지 어드바이저리의 앤소니 패리시 전략가는 “책상을 치며 금리가 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문제를 과장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어쨌든 주식, 채권, 상품 가격이 모두 높아진 현 상황을 불안하게 보는 시각이 많다. 마이크 소렌티노 글로벌파이낸셜 수석 전략가는 “평상시보다 현금 비중을 높인 상태”라고 분석했다. 그는 “올해는 좀 이상한 해”라며 “뭔가 터질 것 같은 이런 시장에 노출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