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도의 한숨…카지노 리조트 출발부터 '삐걱'
영종도의 한숨…카지노 리조트 출발부터 '삐걱'
인천 영종도를 들뜨게 했던 국내 첫 외국인 카지노 리조트 개발사업이 출발 단계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시행사인 리포&시저스(LOCZ코리아)가 토지 계약 체결 및 계약금 납부 기일을 지키지 못한 까닭이다. 인천도시공사는 계약일을 연말까지 늦춰주는 대신 다음달 7일까지 계약이행보증금 102억원을 예치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카지노 리조트 사업 발표로 달아올랐던 현지 부동산시장도 개발 무산 우려가 커지면서 위축되는 분위기다.

◆계약이행 보증금 납부가 관건

29일 인천도시공사와 영종도 미단시티개발업체인 미단시티개발(주)에 따르면 LOCZ코리아가 카지노 복합리조트 토지매매 계약일인 지난 18일 계약금 102억원을 넣지 못했다. 이에 따라 계약서 작성도 불발됐다.

시행사는 미단시티개발과 카지노 개발승인(3월18일)일을 기준으로 3개월 이내에 토지매매 계약을 체결하기로 한 바 있다. 계약금은 카지노 부지(8만7171㎡) 땅값(1억달러·약 1021억원)의 10%였다.

LOCZ코리아는 연말까지 계약기한 연장을 요청했다. 미단시티개발은 계약기한을 연기해주는 대신 관련 서류의 변호사 검토 완료 후 5일 이내(7월7일까지)에 ‘계약이 행 보증금 102억원 예치’를 요구했다. 계약금을 사실상 미리 납부토록 요구한 것이다. 연말까지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면 예치금의 50%(51억원)를 몰수하기로 했다.

임정혁 인천도시공사 민자사업팀장은 “LOCZ코리아에 참여한 투자업체(리포, 리포 자회사, 시저스 등) 간에 내부 합의가 늦어지고 있는 게 원인인 것 같다”며 “시행사가 연말까지만 부지계약을 확정하면 2018년 3월까지 1단계 호텔리조트를 개발하는 데는 큰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LOCZ코리아의 토지매매계약 연기에 대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카지노 허용에 대한 비판을 무릅쓰고 재심사까지 거치면서 사전심사를 허가해줬기 때문이다.

정현욱 문체부 관광진흥팀장은 “시행사에 주어진 토지사용 기간이 2년이어서 계약 연기 자체가 경제자유구역법상 위법은 아니다”며 “연말까지 계약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카지노호텔 개장?

LOCZ코리아는 카지노 리조트 개발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LOCZ코리아 관계자는 “계약이행 보증금 납부를 약정기일 내 확실하게 할 것”이라며 “개발 일정도 문제 없이 수행해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미단시티 카지노 복합리조트 프로젝트는 LOCZ코리아가 7467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1단계로 외국인 전용 카지노와 호텔 쇼핑몰 컨벤션 등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나머지 2, 3단계 시설은 2023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 착공해 2018년 4월 카지노 호텔을 개장할 예정이다.

LOCZ코리아 측은 “최근 설계업체를 선정하고, 국내 사무실 개소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현지 부동산시장에서는 불안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지난 3월 이후 이어졌던 투자 문의가 주춤해지고, 미분양 아파트와 토지 거래도 줄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영종하늘도시 아파트 매매 가격은 작년 말까지 3.3㎡당 평균 790만원대였으나 카지노 사업 발표 이후 두 달 새 829만원 선까지 4.9% 뛰었다.

운북동 에이스탑공인 관계자는 “부지 매매계약이 연기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난주부터 투자문의가 끊기고, 최근 땅을 매입한 투자자 전화만 이어지고 있다”며 “이러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간 지속됐던 ‘영종도의 눈물’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 영종지구는 2003년 택지지구 지정 이후 미단시티개발과 제3연륙교 건설, 영종브로드웨이, 밀라노디자인시티, 용유무의관광단지 등의 초대형 개발사업이 지연되면서 하늘도시에 공급됐던 아파트가 대거 미분양되는 등 침체를 겪어왔다.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