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마타도어 난무…'정치판' 中企포럼
지난 25일부터 28일까지 제주에서 열린 ‘2014년 중소기업 리더스포럼’ 행사는 그 어느 때보다 비상한 관심 속에서 진행됐다. 내년 2월 치러질 중소기업중앙회장 선거의 판세를 가늠할 수 있는 행사였기 때문이다.

김기문 현 회장이 2011년 추대 형식으로 재선에 성공했기 때문에 내년 선거는 8년 만의 선거다. 300만 중소기업인을 대표하는 자리에 오르기 위해 절치부심했던 주자들로서는 선거권을 가진 중기단체장 대부분이 참석하는 이번 행사를 놓칠 수 없다. 중기중앙회장은 업종별 조합장, 연합회장 등 선거권을 가진 580여명이 투표해 선출한다. 업계서는 200표 정도면 무난히 당선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회장은 올해 초부터 “연말까지는 선거의 ‘선’자도 꺼내지 말라”고 대내외에 경고해 왔다. “선거운동을 벌이다 적발되면 내가 책임지고 낙선시키겠다”고도 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재선정이나 통상임금 산정, 근로시간 단축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선거 이슈’가 부각될 경우 조직이 와해되고 현안에 적절히 대응하기 힘들어진다는 염려 때문이다. 그는 이번 행사 전에도 예비 후보자들에게 기자와의 접촉이나 별도 세(勢)모임을 갖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장 분위기는 김 회장의 바람과는 달랐다. 후보 지지자들은 행사 시작 전인 24일부터 각종 모임을 열고 세 과시에 나섰다. 25일과 26일 행사장 인근 음식점들은 지역별 또는 후보별 지지모임으로 빈자리가 없을 정도였다는 후문이다. 27일 아침 만난 한 기업인은 “모 후보 지원을 위해 지난 저녁에만 세 곳의 모임에 다녀왔다”며 술 냄새를 풍겼다.

그동안 중기중앙회장 선거는 술과 금품, 흑색선전으로 얼룩졌다. 이번 선거도 지금까지는 그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 회장이 오죽했으면 “부작용이 큰 경선보다는 추대가 바람직하다”고 했겠는가.

“어차피 막기 힘든 선거운동이라면 수면 위로 끌어올려 정책대결 쪽으로 방향을 잡아주는 게 옳다”는 의견도 나온다. 내년 뽑힐 중기중앙회장은 ‘대·중소 상생’을 넘어 중소기업의 ‘자립과 국제화’라는 새로운 과제를 수행해 나가야 한다. “새로운 중소기업 시대에 걸맞은 인물은 그에 걸맞은 방식으로 뽑아야 한다”는 지적이 울림 있게 들렸다.

박수진 중소기업부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