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아이의 엄마이자 성공적인 중산층 주부로 살던 39세의 앨리스는 운동 교실에서 머리를 부딪치는 사고를 당한다. 그는 의식을 회복하지만 지금이 1998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2008년. 분명 자기는 아이를 낳을 예정인데 주변에선 자신을 세 아이의 엄마라고 말한다. 자신이 가장 의지하던 친언니와 남편을 애타게 찾지만 그들은 왠지 모르게 냉랭하다. 심지어 남편과는 이혼 소송 중이란 사실을 알고 당황한다.

리안 모리아티(사진)의 소설《기억을 잃어버린 앨리스를 부탁해》(김소정 옮김, 마시멜로 펴냄)가 번역돼 나왔다. 책의 원제는 ‘What Alice Forgot(앨리스가 잃어버린 것)’. 10년간의 삶을 잃어버린 앨리스가 그것을 되찾기 위해 애를 쓰는 과정이 간결하지만 따뜻한 문체로 그려져 있다.

작가는 이를 통해 앨리스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담담히 말한다. 지금 앨리스는 좋은 집에서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지만 스물아홉부터 10년 동안 사랑이라는 가장 큰 선물이자 기쁨을 조금씩 잃어버리며 살아왔다. 앨리스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살면서 어떤 것을 얻었으며 또 잃어버린 것은 무엇이냐고. 가족의 소중함, 결혼과 인생의 의미까지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모리아티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이지만 영미권에서 주목받는 소설가다. 2010년 선보인《기억을 잃어버린 앨리스를 부탁해》(마시멜로)는 세계 20개국에 번역됐고, 영화로도 제작될 인기작이다. 이달에는 최신작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Big Little lies)》의 출간도 앞두고 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