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에이킨스 ‘요트 타기’(1872년, 개인소장)
토머스 에이킨스 ‘요트 타기’(1872년, 개인소장)
참 단순한 구도의 그림이다. 화가는 한 치의 에누리도 없이 캔버스의 절반을 하늘에, 나머지 절반은 바다에 내줬다. 그 두 개의 공간을 이어주는 것은 작은 요트 한 척. 화가는 그렇게 수평과 수직적 요소를 화면에 교차시킴으로써 균형을 잡고 있다. 이것만으로 성에 차지 않았던지 화가는 또 하나의 균형 장치를 고안했다.

요트 안의 두 남자는 오른쪽 가장자리 난간에 엉덩이를 걸치고 있다. 이들은 자칫 세찬 바람에 뒤집힐지도 모를 배의 균형을 잡아주고 있다.

미국 화가 토머스 에이킨스(1844~1916)의 ‘요트 타기’는 과학적 치밀함을 중요하게 여겼던 화가의 기질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다들 인상주의 미술을 따라하던 시절 단지 사실적이라는 이유 때문에 주목받지 못했던 그의 그림은 1세기가 지나고 나서야 진가를 인정받았다. 겉모습 이면의 내재적 원리가 작동하고 있음을 발견한 것이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