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훈부 살릴 구원투수는 기업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위기에 빠진 보훈부를 살릴 구원 투수로 로버트 맥도널드 프록터앤드갬블(P&G) 전 최고경영자(CEO·61·사진)를 영입했다. 총체적 부실에 빠진 거대 부처를 개혁하기 위해선 대기업을 경영하며 어려운 결정을 내려본 경험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 현지 언론들은 29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이 30일 맥도널드 전 CEO를 보훈부 장관에 공식 지명할 예정이라고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 보도했다. 에릭 신세키 전 장관이 보훈병원 비리 의혹으로 물러난 지 한 달 만이다.

보훈부는 퇴역 군인들의 의료와 복지를 책임지는 연방정부 산하 부처다. 하지만 최근 보훈부가 운영하는 애리조나 피닉스의 보훈병원에서 퇴역군인 40여명이 진찰대기 기간 중 사망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최대 위기에 처했다. 이 병원은 신속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 높은 평가를 받는 시스템 때문에 수개월에 달하는 대기시간을 짧은 것처럼 조작해왔다. 이를 믿고 입원했던 퇴역 군인이 대기 기간 중 사망하자 한 의사가 뉴스전문채널 CNN에 제보하며 전국적인 스캔들로 부상했다.

지난 수십년간 보훈부 장관은 주로 장성 출신이 맡아왔다. 이번 스캔들로 옷을 벗은 신세키 전 장관도 4성 장군 출신이다. 맥도널드가 미국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하고 5년간 장교로 재직하기는 했지만 전역 후 33년을 기업에서 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인사로 받아들여진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