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력가 송모씨(67)를 살인교사한 혐의로 구속된 현직 서울시의원 김형식 씨(44)를 조사 중인 경찰은 김씨가 청탁 명목으로 5억여원을 받은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30일 서울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송씨로부터 청탁과 함께 뒷돈을 받은 김씨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약속을 지키지 못한 상황에서 뒷돈을 받은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압박을 받자 친구 팽모씨(44)를 시켜 송씨를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송씨가 지방선거 재선을 노리는 김씨에게 “선거를 치르려면 약속한 것을 빨리 성사시켜라. 그렇지 않으면 선거에 못 나가게 하겠다”고 협박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김씨가 2010년부터 서울시의원으로 일하면서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와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위원을 겸해 건축·토지 관련 인허가에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강서구 일대에 웨딩홀과 호텔, 주차 빌딩 등을 소유한 송씨로서는 김씨에게 로비를 벌일 여지가 많다는 점에서다.

경찰은 송씨가 갖고 있는 건물 대부분이 제2종 근린생활시설이라 상업지구로 용도 변경할 경우 땅값이 3~4배 오를 수 있다는 점을 포착, 송씨가 김씨에게 청탁했을 것으로 보고 조사하고 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