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2%대로 추락하고 경기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주는 저축은행으로 눈길이 쏠리고 있다. 여전히 연 3%대의 상대적인 고금리를 주는 저축은행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로 영업정지를 당하면서 빠져나갔던 고객들도 다시 돌아오는 모습이다. 사태 진행 과정에서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5000만원 이하의 저축은행 예금을 정부가 보호해준다는 점이 부각된 점도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올 들어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도 ‘저축은행 애용자’로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3% 금리가 힘든 상황이지만 저축은행에서는 보험 가입을 전제로 연 5%대의 수익을 주는 등 고금리 상품을 찾아볼 수 있다. 특판 상품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정기적금 특판 상품을 활용하면 4% 후반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고, 일부 특판 상품은 연 6%가 넘는 높은 이자를 주기도 한다.

특판상품, 보험연계상품으로 5% 수익률 도전

저축은행을 이용해 연 5% 수익률을 달성하려면 특판 상품이나 보험 연계상품을 잘 살펴봐야 한다. SBI저축은행의 ‘PB우대 정기적금’은 은행 창구에서 보험상품에 가입하면 최대 연 5.2%의 금리를 적용한다. 이 은행은 올해 ‘10만명의 신규 고객 유치’를 내세우고 여러 특판 상품을 내놓았다. ‘PB우대 정기적금’ 외에 5명 이상이 함께 방문하거나 SBI저축은행 카페에 가입하면 들 수 있는 ‘다함께 정기적금’(최고 금리 연 4.6%), ‘직장인 정기적금’(4.5%)도 금리가 짭짤해 연 5% 수익률에 도전하는 금융소비자가 눈여겨볼 상품이다.

특판 상품 중에는 최대 연 6.2%의 높은 이자를 주는 정기적금도 있다. 엠에스저축은행은 저금리시대에 지역사회 공헌 활동의 하나로 최고금리 연 6.2%의 ‘무지개 정기적금’을 300억원 한도로 특별 판매하고 있다. 가입대상자는 대구·경북에 거주하는 급여 및 연금수령자, 60세 이상 고령자다. 3~5년 이하의 계약기간으로 기본 금리에 연 2.0%포인트의 만기 우대금리와 추가 가산금리(최고 1.3%포인트)를 포함하면 최고 연 6.2%의 고금리가 가능해진다.

고금리에다 5000만원까지 예금보호도 받아

이 같은 고금리 매력에 금융권 리더 중 저축은행 애용자가 많다는 소식이 최근 전해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인사청문회 때 7개 저축은행에 3억5530만원을 분산 예치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자신과 배우자 이름의 8개 통장에 평균 4441만원씩 분산 예치했다.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도 마찬가지다. 그는 보유한 예금 4억5953만원의 66%인 3억500만원을 7개 저축은행에 약 4500만원씩 예치했다. 조 수석의 부인도 8곳의 저축은행에 4억원 이상의 돈을 맡겼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에 따르면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연 2.57%다. 지난해 12월 2.67%였던 평균 금리가 올해 들어 꾸준히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시중은행의 저축성 예금은 더 이상 금융소비자에게 투자처로서의 매력을 잃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저축은행이 ‘알 만한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건 3%대 금리를 주는 곳이 있는 데다 지난 구조조정 사태 이후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30일 기준 저축은행 중앙회에 등록된 95개 저축은행의 평균 예금 금리(1년 만기 정기예금 기준)는 연 2.79%를 기록했다.

저축은행별로는 조흥저축은행이 정기예금(1년 기준) 연 3.16%로 가장 높다. 그 다음은 연 3.10%의 친애저축은행이다. 이 밖에도 한성·청주·대명·신안·동원제일·골든브릿지저축은행이 연 3.00% 벽을 지켰다. S&T·대원·구미·스마트 등 17개 저축은행은 2.90% 이상의 금리를 제시하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상대적 고금리로 특판을 실시하는 저축은행을 잘 활용하면 저금리 시대에 안정적 자산 관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은 파산하더라도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5000만원까지 예금보험공사가 지급을 보장해 준다. 이 때문에 5000만원 미만 고객이 대다수다. 뭉칫돈을 5000만원 이하로 나눠 저축은행에 예치하는 것도 자산가들의 애용하는 방식이다. 8000만원이 있다면 4000만원씩 나누어 고금리를 주는 저축은행 두 곳에 분산 예치하면 도산하거나 영업정지를 당해도 피해를 전혀 입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의 위기가 잦아들면서 올 들어선 5000만원 초과 예금자도 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1월 한 달 동안 5000만원 초과 예금자가 226명 늘어 2만57명을 기록했다.

햇살론 이용…대부업체 진입으로 20% 저금리 대출 상품 경쟁

정부는 대출금리 인하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부방침에 따라 저축은행들은 서민금융대출에도 적극적이다. 우리금융저축은행은 햇살론 대출시 심사기준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서민대출을 활발하게 해준다. 지점방문이 어려운 원거리 신청자들을 위해 전국 모든 지역에서 신청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출장방문서비스를 실시해 호응을 얻고 있다. IBK저축은행은 업계에서 가장 낮은 대출금리인 연 8~9%대로 햇살론을 판매하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의 고금리 신용대출은 신용등급 하락을 야기하기 때문에 햇살론의 대환자금을 통해 고금리 대출을 갚게 되면 신용등급도 올리고, 대출이자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웰컴·오케이저축은행 등 대부업체 계열 저축은행들이 본격 영업에 나설 경우 20%대 중반대로 금리 인하 경쟁이 촉발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부업체는 신용평가시스템도 잘 돼 있고 개인신용대출에 관한 한 저축은행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며 “이들이 저축은행업계에 진출하면 기존 저축은행도 경쟁을 하기 위해선 20%대 중금리 경쟁상품을 출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경기지역 중견 저축은행인 공평저축은행은 연 10%대의 중·저금리 대출상품 ‘우량직장인 저스트론’을 출시했다. 소득과 재직 확인이 가능한 공무원이나 자산 규모 100억원 이상의 회사에서 급여를 받는 소득자에 한해 7.0∼19.9%의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신용등급과 소득에 따라 대출한도는 100만원에서 7000만원까지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