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3차원 V낸드 SSD 출시…세계 제패의 꿈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32층 3차원(3D) 수직구조 낸드플래시(V낸드)로 만든 일반 소비자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출시했다. 데이터 폭증으로 저장장치를 빈번하게 쓰면서 일반 낸드로 만든 SSD에 비해 수명이 최대 10배, 쓰기 속도는 2배가 빠른 혁신적인 제품이다. 아직 경쟁사들이 3D낸드를 양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2세대 3D낸드’로 불리는 32층 제품을 적용한 SSD를 내놓은 것이다.

◆경쟁사보다 ‘두 걸음’ 앞선 기술

삼성은 1일 서울 장충동 호텔신라에서 ‘2014 삼성 SSD 글로벌 서밋’ 행사를 열고 소비자용 3D낸드 SSD 4종(128·256·512기가바이트, 1테라바이트)을 내놨다.

3D낸드는 메모리 반도체의 회로 선폭을 줄이지 않고 위로 쌓은 제품이다. 그간 낸드는 평면 상태에서 회로 선폭을 줄이는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선폭이 줄면 전력 소모가 감소하고 생산 효율도 높아진다. 문제는 20나노 이하로 선폭이 줄어들면서 추가적인 미세화가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위로 쌓는’ 것이다. 삼성의 3D제품은 40나노 낸드를 위로 쌓은 것이다.

삼성은 지난해 24층으로 쌓은 3D낸드를 세계 최초로 출시하고, 이를 적용한 SSD도 내놨다. 이 제품은 성능은 좋았지만 가격이 비싸 일반 PC용으로는 출시되지 않고, 기업용 고성능 서버에서만 쓰였다. 하지만 삼성이 1년여 만에 적층 수를 30% 이상 높인 32층 3D낸드를 지난 5월 출시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이 제품은 성능이 10나노급 평면 낸드와 비슷하면서 가격은 싸고 내구성도 좋다. 덕분에 소비자용으로도 3D낸드를 적용한 SSD를 내놓을 수 있었다.

낸드업계 2~4위인 도시바, 마이크론, SK하이닉스는 아직 3D낸드를 출시하지 못한 상태다. 삼성 관계자는 “일단은 3D낸드 SSD를 평면낸드 SSD와 비슷한 가격으로 내놓은 뒤 경쟁사가 3D제품을 내놓으면 가격을 확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초격차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빅데이터 시대 필수품

3D낸드 SSD는 빅데이터 시대엔 ‘필수품’이 될 것이라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평면낸드를 적용한 SSD보다 내구성이 최대 10배 좋기 때문이다. 짐 엘리엇 메모리사업부 마케팅담당 상무는 “2020년에는 100억개 디바이스가 인터넷에 연결돼 이제껏 상상하지 못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끊임없이 저장하고 송출하게 될 것”이라며 “내구성 좋은 3D낸드 SSD의 수요가 크게 늘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세계 SSD 시장 규모는 올해 145억달러에서 내년 176억달러, 2016년 198억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삼성은 전체 SSD 시장에서 3D낸드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내년 20%, 2016년 40%까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은 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할 수 있을 정도로 경쟁업체와 기술 격차를 벌려 놨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 SSD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olid state drive).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이용해 데이터를 저장하는 차세대 저장장치로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에 비해 속도가 빨라 고성능 노트북이나 기업용 서버 등에 많이 쓰인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