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윤기원 원 대표 변호사 "중견기업 M&A·송무 강점 살려 외국 로펌과 적극 제휴"
“규모 키우기에 집중했던 한국 대형 로펌의 운영 방식은 이미 실패했다는 게 드러났다. 법무법인 원은 법률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는 데 필요한 규모를 유지하되 나머지는 군살을 뺐고 그 결과 내실을 다질 수 있었다.”

대표적인 국내 중견 로펌 법무법인 ‘원’의 윤기원 대표변호사(54·사진)는 “변호사 1인당 매출이 나빠지는 등 대형 로펌에서 몸집 불리기의 부작용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며 이같이 자신했다. 그는 “규모를 키운다고 바로 경쟁력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게 명백해졌다”며 “원은 규모를 늘리기보다 실력 있는 변호사를 한두 명씩 적은 수라도 영입하는 방식을 취해왔다”고 설명했다. 원은 2009년 50명의 변호사로 시작했고 유명 법조인을 영입하면서 더 성장할 기회가 있었지만 현재도 70~80명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운영 전략 덕택에 원은 상당수 로펌이 어려움을 겪는 지금 시기에도 안정적으로 갈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원이 내실을 다지면서 ‘전공 분야’로 선택한 건 송무와 중견기업 인수합병(M&A)이다. 송무의 경우 대형 로펌만 참여한 삼성가(家) 상속 소송에 원이 유일하게 중견 로펌으로 참여한 것은 실력을 대형 로펌 이상으로 인정받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게 윤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M&A에서는 연매출 5000억~1조원 정도 되는 중견기업 급에서 상당한 인지도를 갖고 있다”며 “특히 해외에 있는 기업을 인수하는 일의 법률 자문에 노하우가 있다”고 말했다.

영화산업 쪽에서도 적지 않은 자문을 했다. 인기 한국 영화 가운데서는 ‘조선명탐정’, ‘의뢰인’, ‘도둑들’ 등을 제작·배급하는 데 원이 법률자문했다. 미국 폭스사가 제작·투자하는 모든 한국영화에 대해 원이 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윤 대표는 2~3년 앞으로 다가온 법률시장 개방이 원에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윤 대표는 “한국 법률시장이 작기 때문에 이미 들어와 있는 외국 로펌 19곳 가운데서도 5년 내에 5개 남짓만 남을 것”이라며 “살아남기 위해서 원 같은 변호사 50~100명 규모의 중견 로펌과 협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원은 특히 외국 로펌이 약한 국내 송무 분야에 강점이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제휴할 수 있는 배경이 된다”며 “외국 로펌과 지속적으로 연락하면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