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한 삶, 인문학으로 돌아볼 시간 가져보세요"
“모처럼 펼쳐지는 풍성한 인문학의 향연에 참여해 생각하는 삶의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경북 안동에서 올해 처음 열리는 ‘21세기 인문가치포럼’의 김병일 공동조직위원장(사진)은 2일 이렇게 말했다. 이 포럼은 한국정신문화재단이 3일부터 나흘간 안동문화예술의전당 등에서 연다. 중국 유학 재건을 추구하는 쉬지아루 니산포럼 의장, 미래학 연구 선두주자로 꼽히는 짐 데이터 미 하와이대 교수, 유럽 내 한국학 연구 선구자로 알려진 마티나 도이힐러 영국학술원 회원 등 국내외 저명 인문학자 등 120여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근대화 이후 사회가 계속 진보하고 있다고 믿지만 반인륜적 범죄 등 끔찍한 사건과 빈부격차 환경오염 강대국패권주의에서 비롯된 크고 작은 지역적 분쟁, 종교와 인종 갈등, 팍팍한 일상 등 어느 하나 녹록지 않은 것이 21세기 삶의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모두가 외형적이고 지엽적이며 물질적인 가치에 매몰된 결과”라며 “무엇이 잘못됐는지, 어디서부터 단추가 잘못 채워졌는지 진단하고 새 길을 찾으려면 인간 본성에 대해 묻고 답하는 인문학을 나침반 삼아 우리 삶을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포럼이 ‘유교의 재평가’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철학으로서의 유학은 지배층의 개인적 덕목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근대 정치철학 이념과는 맞지 않다고 지적돼 왔습니다. 그러나 서구 민주주의 역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에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오히려 유학 등 동아시아 정치철학이 이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서구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동아시아 전통철학을 내세울 자리가 많아질 것입니다.”

이번 포럼에서는 유교와 민주주의, 유교와 자본주의 등 여러 테마의 강연이 이뤄진다. 유교 전통 성년의식인 관례, 문묘제례 등 부대행사도 곳곳에서 열린다. 김 위원장은 “서구의 가치와 유학의 가치가 어떻게 충돌하고 경쟁하는지 또 때로는 어떻게 협력하는지 다양한 연구결과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l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