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 무릎꿇은 마카오 카지노
불황을 모르던 마카오의 카지노업체들이 월드컵 때문에 울상을 짓고 있다. 월드컵 도박 광풍에 고객을 빼앗겨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5년 만에 매출이 줄었다.

2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마카오 카지노업체들의 지난달 매출은 210억위안(약 3조45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떨어졌다. 마카오 카지노업체 매출은 올 상반기 전체로 보면 전년 동기보다 12.6% 늘었다. 하지만 월드컵이 시작되면서 5월까지 급증했던 매출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6월16~22일 테이블당 매출은 평소보다 3~5% 줄었다.

반면 월드컵 도박은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다. 중국 정부가 공인해준 월드컵 도박 복권인 체육복권은 월드컵 기간 중 하루 2억9400만위안어치가 팔려 평소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월드컵 개막 후 9일간의 누적판매액은 40억위안으로 2010년 남아공월드컵 판매량을 이미 추월했다. 전문가들은 월드컵이 끝날 때까지 체육복권 판매액이 100억위안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마카오와 홍콩 등에 서버를 둔 불법도박 사이트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마카오 도박사이트 황관궈지왕은 수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베팅액은 최소 100위안, 최고 500만위안에 달한다. 참가자들은 메신저 채팅프로그램 문자메시지 등으로 도박에 참여한다. 경제참고보는 “월드컵 도박의 70~80%는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사이트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며 “이번 월드컵 기간 중 도박으로 인해 약 1조위안의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갈 것”으로 추정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