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남대문署, 분향소 '희비'
“솔직히 말해 시청 앞에 분향소가 생긴 뒤 우린 편해졌지만, 종로서 경찰관들은 고충이 심할 겁니다.”(남대문경찰서 관계자)

지난 4월 말 서울시청 앞 광장에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가 들어선 뒤 서울 남대문경찰서와 종로경찰서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추모 분위기를 감안해 집회 장소로 남대문서가 관할하는 서울광장 대신 종로서가 담당하는 청계광장을 택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나서다. 서울지방경찰청 경비과 관계자는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청계광장의 대형 집회 건수가 2배 가까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도심에 있는 남대문서와 종로서는 둘 다 집회·시위 관리가 주요 업무다. 서울역광장과 서울광장을 담당하는 남대문서는 최대 수만명이 모이는 대형 집회를, 청와대와 정부종합청사 등이 관내에 있는 종로서는 규모는 작아도 민감한 집회를 주로 관리해왔다.

하지만 최근 대형 집회까지 청계광장으로 ‘북진’하면서 종로서에는 비상이 걸렸다. 올 들어 처음으로 물대포를 사용한 지난달 28일의 ‘제2차 시국회의’ 집회를 비롯해 수천명의 참가자가 모인 ‘세월호 추모 촛불집회’ 등 4월 말부터 대부분의 대형 집회가 청계광장에서 열렸다.

남대문서 경찰관들은 뜻밖의 여유(?)를 즐기고 있지만 종로서 경찰관들은 과중한 업무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종로서의 한 팀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다음달 교황 방한에 맞춰 경호를 준비하느라 여름 휴가도 사실상 정지됐는데, 각종 집회에까지 차출되니 심신이 고달프다”고 한숨을 쉬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