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국민 중 병원을 가장 자주 찾고 또 오래 입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한국의 국민의료비 증가 속도도 OECD 평균의 약 3배에 달했다. 반면 국민 1인당 의사 수는 OECD 국가 가운데 꼴찌였다.

병원 제일 많이 가는 한국…의사수는 '꼴찌'
2일 OECD가 발표한 ‘헬스 데이터 2014’에 따르면 2012년 기준 한국인 1인당 외래진료 횟수는 연간 14.3회로 OECD 국가 중 1위였다. 회원국 평균(6.9회)을 크게 웃돌았다. 환자 한 사람의 평균 입원기간(16.1일) 역시 전체 2위로 평균(8.4일)보다 훨씬 길었다. 이 데이터는 OECD 회원국의 2012년 의료통계 수치를 모두 담은 것으로 각국 보건의료 정책의 기초자료로 활용되는 중요한 통계다.

○1000명당 병상 수 OECD 평균 두배

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는 “만성질환 등 건강을 걱정하는 한국인들이 늘어나면서 진료 횟수와 입원기간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스스로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고 생각하는 한국인은 전체의 33.3%에 불과했다. 일본(30.0%)과 함께 OECD 최하위다. 1위인 뉴질랜드(89.3%)는 물론 회원국 평균(69.4%)을 한참 밑돌았다.

국민들의 이 같은 인식이 반영돼 한국의 보건의료 비용은 회원국 중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2008년 이후 5년간 연평균 증가율이 6.6%로 회원국 평균(2.3%)의 3배였다. 2012년 기준 국민의료비가 국내총생산(GDP)의 7.6%인 97조1000억원에 달했다.

환자가 늘어나면서 국민 1000명당 병상 수(10.3개)도 회원국 평균(4.8개)의 두 배를 넘었다. 지난 5년간 대부분 OECD 국가에서 병상 수가 줄어든 것과는 달리 한국은 장기요양병상을 중심으로 불어났다. 자기공명영상(MRI) 장비 숫자도 인구 100만명당 23.5대,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는 37.1대로 OECD 평균(각각 14.0대, 24.1대)보다 많았다.

○병상·장비 넘치는데 의료 인력은 부족

하지만 급증하는 의료 이용량과 의료비 지출에 비해 의료인 수는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파악됐다. 의사 수가 인구 1000명당 2.1명으로 OECD 최하위였다. 의대 졸업자 수 역시 10만명당 8.2명으로 평균(11.1명)보다 적었고, 인구 1000명당 간호사 수(4.8명)도 평균(9.3명)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병상과 장비는 넘치지만 이를 운용해야 하는 의료 인력은 한참 모자란다는 얘기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민의료비 100조원 시대에 걸맞게 보건인력 관련 투자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1.3년으로 OECD 평균(80.2년)보다 1.1년 길었다. 일본(83.2세)이나 프랑스(82.1세)보다는 짧지만 미국(78.7세) 영국(81.0세)과 비교해선 길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지난 5년간 1.9년 늘어나 OECD 평균(1.2년)보다 증가폭이 컸다.

그러나 자살에 의한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29.1명으로 OECD 평균(12.1명)보다 훨씬 높았다. 10년 연속 OECD 1위다. 37.6%인 남성 흡연율(매일 담배 피우는 15세 이상 남성 비율)은 그리스(43.7%)에 이어 2위였다. 회원국 평균(24.9%)을 크게 웃돌았다. 국민 1인당 연간 술 소비량(9.1L)은 OECD 평균(9.0L)과 비슷했다.

세종=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