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인재 찾아주는 'HR 데이터 분석'
빅데이터(Big Data)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인재와 관련한 HR 데이터 분석(Human Resource Analytics)도 주목받고 있다.

HR 데이터 분석은 조직 안에서 사람에 대한 결정을 잘 하기 위해 다양한 통계적 방법을 써보는 것이다. 구성원에 대한 편견이나 직관을 데이터로 보완해 가장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데 기여한다.

280여개의 체인을 가진 미국 백화점 본톤(The Bon-Ton Company)은 1층 화장품 매장에서 어떤 직원을 채용해야 할지 데이터 분석을 했다. 일반적으로 자신을 잘 꾸미고 화장을 잘하는 세련된 직원이 화장품을 판매해야 고객이 화장품을 더 살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분석 결과 가장 중요한 것은 ‘인지 능력’이었다. 직원이 재빨리 판단해 고객에게 적절한 제품을 추천해야 매출을 높일 수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인지능력 상위 50%가 하위 집단보다 매출이 10% 증가했고 직업 만족도도 높았다. 이에 따라 직원을 채용할 때 인지 능력이 높은 후보자 위주로 뽑았다. 그 결과 이 백화점의 이직률은 25% 감소하고 매출 순익도 30% 증가했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시사점을 얻으려면 몇 가지를 유의해야 한다. 우선 아웃라이어(Outlier)에 대한 편견에 주의해야 한다. 아웃라이어는 표본 중 다른 대상과 확연히 구분되는 통계적 관측치를 의미한다.

조직에서 아웃라이어라고 한다면 일반적 특징을 지닌 구성원과는 구별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부적응자라는 낙인을 찍을 수 있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처럼 남들과 다르고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들 중 조직과 세상을 바꾸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조직의 의구심 또한 극복해야 할 과제다. 구성원들은 자신이 분석 대상이 된다는 것에 부담감을 느낄 수 있다. 경영진에서도 과연 굳이 HR에서 데이터 분석에 시간과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 것인지 우려할 수 있다. 그러나 HR 데이터 분석은 새로운 경영 기법이어서 시도하는 게 아니라 의사 결정에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의 한계를 인식하고 사람에 대한 근본적인 관심을 전제로 둬야 한다는 점이다. 경험 많은 베테랑들의 직관이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사람의 행동이나 내면을 숫자로만 해석하는 데는 함정이 있다. 자칫 구성원 개개인에 대해 깊이 이해하기보다 단순히 유형화해 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데이터 분석에서 일정 기준에 못 미치는 사람을 잠재력이 없는 사람이나 불성실한 사람으로 분류해버려서는 안 된다.

기업이 위기를 겪는 요인은 많다. 외부적으로는 환경의 급격한 변화나 강력한 경쟁업체의 선전, 혁신적 기술의 출현 등이다. 하지만 위기 원인이 조직 안에 있을 때도 많다. 적합한 인재를 활용하지 못하거나 후계자를 충분히 대비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인재 관련 의사 결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조직 내 구성원을 좀 더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의사 결정에 합리적인 증거를 제시해주는 HR 데이터 분석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원지현 <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jhwon@lgeri.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