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위기가 심상치 않다. 집토끼가 떠나고 콘크리트라던 지지기반이 무너지는데도 위기를 위기로 느끼지 못하고 있기에 그렇다. 어제 리서치뷰 조사에서 새누리당 지지율은 36.4%에 그쳤다. 부설 여의도연구원이 대학생 1600명에 물어본 비호감 정당 1위가 새누리당(40.4%)이었다고 한다. 통진당(21.4%)의 두 배에 가까울 정도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 사퇴과정에서 보여준 기회주의적 태도는 지지층을 크게 실망시켰다. 급기야 선거의 여왕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도 30%대로 동반하락해, 7·30 재보선에서 15개 지역구의 전패 가능성마저 제기되는 판이다.

이런 상황은 자업자득이다. 보수 간판을 달고 되레 보수 가치를 훼손했다. 이를 새삼 확인케 한 계기가 문 총리 후보자 사퇴 파동이다. 짜깁기 왜곡방송과 친일 덧씌우기 공세에 침묵하고 발을 뺀 게 새누리당 지도층이었다. 사안의 본질이 뭔지도 모르고 자진사퇴를 종용하는 의원들이 발호했으니 결과는 뻔했다. 일치단결해 싸울 생각은 않고 보신에만 급급한 오렌지 정당을 아직도 36%나 지지한다는 게 놀랍다.

전당대회가 열흘 앞인데도 전당대회가 뭘 하는 것인지도 모르는 새누리당이다. 당의 정체성과 이념, 가치를 명확히 세우려는 노력은 사라지고 유력 당권주자들의 진흙탕 싸움만 지리멸렬이다. 마지못해 혁신위원장에 29세 이준석 전 비대위원을 앉혔지만, 국민들에겐 지력도 경험도 일거에 무시하는 선거용 이벤트로 비쳐진다. 야권이 종북만 확실히 정리한다면 정권은 언제라도 넘어간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보수정당의 대체재가 없으니 결국 선거에 가면 유권자들이 기호 1번을 찍을 것으로 여긴다면 착각 중의 착각이다. 법치, 신뢰, 원칙이라는 보수가치를 훼손한 새누리당에 대해 보수 지식인들이 산토끼를 자처하며 대거 등을 돌린 것은 시작일 뿐이다. 국가를 이끌어갈 철학도, 지력도 없는 기회주의 정당을 찍어줄 유권자는 많지 않다. 정권의 레임덕은 반대파가 많아서가 아니라 지지층이 등을 돌릴 때 시작된다. 가짜 보수정당에 이젠 신물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