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모교 서강대 거론되다 국립대 상징성 감안해 선정
공과대학 선택한 것도 이례적
글로벌 인맥 동원해 유치
힐러리 등 女리더는 이대 선호
오바마 방문한 한국외대 홍보효과 톡톡…주변서 견제도
◆시 주석, 서강대 거론되다 서울대로
시 주석의 서울대 강연은 지난해 6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칭화대 강연에 대한 답례 성격이 강하다. 당시 박 대통령은 시 주석의 모교인 칭화대를 방문, 인사말과 마무리 발언을 중국어로 해 주목을 끌었다. 시 주석의 강연 대학으로 박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가 유력하게 거론됐던 것도 이 때문이다. 서강대는 지난 1월 중국대사관을 통해 시 주석의 강연을 타진했지만 결국 서울대에 밀렸다.
강연 장소로 서울대 공과대학인 ‘글로벌공학교육센터’를 선택한 것도 이례적이다. 그동안 해외 주요 인사들은 대개 대학본부 옆에 있는 ‘문화관’에서 강연했다. 지난해 서울대를 찾은 에릭 슈밋 구글 회장과 아웅산 수치 여사 등도 문화관에서 학생들을 만났다. 시 주석이 경호와 의전이 상대적으로 불편한 공과대학 건물을 고른 것은 화공과 출신인 점이 배경이 됐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네트워크 판가름
국가 정상 등 해외 주요 인사들이 강연할 대학을 선정할 때는 경호 의전 등 다양한 요소들이 고려되지만 해당 대학이 구축한 네트워크가 영향을 미친다. 시 주석의 이번 서울대 강연도 2011년 베이징에 ‘서울대 중국센터’를 설립하고, 베이징대 칭화대 등과 활발한 학술 교류를 진행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강연자와의 개인적 인연이 성과로 나타난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해 12월 김용 세계은행 총재의 성균관대 강연은 이 대학 유학동양학과 교수이자 김 총재의 외삼촌인 전헌 교수가 주도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을 찾는 여성 리더들은 여대를 선호한다. 지난해 3월에는 하버드대 역사상 첫 여성 총장인 드루 길핀 파우스트 총장과 타르야 할로넨 전 핀란드 대통령이 며칠 간격으로 이화여대를 찾았다. 앞서 2009년에는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이화여대에서 강연했다. 숙명여대는 지난 1월 리사 프란첸티 주한 미 해군사령관을 초청, 학군단(ROTC) 생도를 대상으로 강연토록 했다.
◆한국외대 ‘오바마 효과’ 누려
외국 정상의 강연 효과를 가장 크게 누린 대학은 2012년 9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방문한 한국외국어대다. 한국외대는 오바마 대통령 방문에 맞춰 강의실을 ‘오바마홀’로 명명했다. 이후 오바마 대통령이 걸었던 길을 ‘오바마 트레일’로 이름 붙여 관광상품화했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오바마 대통령의 강연이 세계에 중계되면서 한국외대라는 고유명사를 전 세계에 알리는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한국외대가 오바마 효과를 톡톡히 누리자 주변 대학들의 견제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외대가 오바마 대통령의 사진과 연설 내용을 홍보 책자 등에 사용하자 주변 대학에서 미국 대사관에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선표/오형주 기자 rickey@hankyung.com